경영달인 코칭에… 기술밖에 모르던 中企, 확 달라졌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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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中企경영자문 3곳 2년간 변화 살펴보니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에 위치한 바이오 소재 전문기업 바이오세라에서 김준경 자문위원(오른쪽)과 전형탁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임직원들이 세라믹 볼, 항균 샤워기 등의 상품을 보며 토론하고 있다. 성남=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에 위치한 바이오 소재 전문기업 바이오세라에서 김준경 자문위원(오른쪽)과 전형탁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임직원들이 세라믹 볼, 항균 샤워기 등의 상품을 보며 토론하고 있다. 성남=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김준경 씨(61)는 2012년 8월 중소기업 바이오세라를 처음 찾아갔을 때 ‘어떻게 망하지 않고 버텨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오 소재 기술로는 나름대로 입지를 쌓은 회사였지만 바이어를 응대하는 것부터 서툴렀다. 해외 판매 비중이 더 높았지만 조직은 국내 중심이었다.

LG C&C 전략기획실장과 기아정보시스템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낸 남기재 씨(71)가 본 계측기·출력기 생산 기업 코스테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비전이 없었다. 삼성전기에서 이사로 퇴직한 이종성 씨(71)가 맡은 와이엠피(Y.M.P)는 자동차용 램프라는 새 아이템을 정했지만 제대로 된 분석 자료가 없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중소기업 경영자문위원(경영 닥터)으로 위촉한 이들은 2012년부터 중소기업을 한 곳씩 맡아 컨설팅을 했다. 목표는 중견 기업으로의 성장이 가능한 ‘강소(强小)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2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 시스템부터 만들어

김 위원은 삼성전자에서 이란 모로코 등 실적이 꼴찌였던 지역에서 매출을 끌어올려 ‘유달(유통의 달인)’이라고 불렸던 이력을 십분 발휘했다. 해외시장 확대에 목말라 있던 바이오세라에 가장 시급한 건 거래처 확보. 하지만 김 위원은 수익성이 낮거나 위험도가 높은 거래처에 대한 ‘필터링’ 작업부터 해나갔다.

거래처를 놓치기 싫어 끌려 다니다 손해를 보는 걸 막기 위해서다. 컨설팅 초기 바이오세라 직원들은 구매 의사도 없으면서 무조건 가격부터 깎거나 심지어 거짓으로 돈을 송금했다며 물건을 보내라고 속이는 곳을 알아채지 못했다. 김 위원은 이런 곳을 어떻게 ‘감별’하는지부터 전수했다. 조직도 수출회사답게 새로 정비해 인적·물적 자원의 60%를 해외 영업에 투입했다.

남 위원은 코스테크의 목표 수립 방식부터 바꿨다. 최근 5년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 목표를 세우던 기존 방식을 버렸다. 그 대신 향후 국내외 시장 규모를 분석해 가능 목표치를 산출하게 했다.

자동차 도어 잠금장치를 생산하던 와이엠피는 자동차용 램프 분야 진출을 놓고 망설이고 있었다. 전조등 비상등 미등 안개등 다양한 종류 중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기술전문가인 이 위원은 와이엠피에 “틈새시장 상품인 안개등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안개등은 정밀한 공정이 필요한 데다 점등 구조나 색깔 등이 관련 법규를 충족해야 해 기존 램프 제조업체에 인기가 없었다. 이 위원은 “제대로 투자해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면 새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일관 생산체제란 사출에서 조립까지 생산의 완결성을 갖추는 것이다.

○ ‘사장님 마음대로’는 그만

남 위원은 코스테크 기술로 매출 1000억 원이 넘는 중견 기업을 충분히 일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회사 민경원 대표는 그런 구상을 못 하고 있었다. 남 위원은 팀장들을 불러 모아 “당신들이 각자 분야에서 목표를 짜 보라”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전략을 세워 보니 2016년 750억 원, 2020년에는 1500억 원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출력기를 응용한 전사프린터, UV프린터 등 대표가 생각하지 못했던 신규 아이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바이오세라에도 비슷한 요법이 적용됐다. 김 위원은 기술자 출신인 전형탁 대표가 영업 전략 수립에 간섭하지 못하게 했다. 그 대신 담당 이사가 영업에 대한 전권을 맡도록 했다.

‘사장님 마음대로’가 없어지고 나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의사결정권이 대표 중심에서 팀별로 분산됐다. 토론문화가 활성화돼 제조업 특유의 관리자와 직원 간 딱딱한 위계질서도 부드럽게 변했다. 코스테크 민 대표는 ‘민경원 없이도 굴러가는 회사 만들기’라는 목표까지 세웠다.

○ 강소기업으로 탈바꿈


와이엠피는 지난해 이 위원이 제시한 안개등 분야에서만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300억 원의 매출을 냈다. 회사를 두 배로 키운 셈이다. 대기업 거래처로부터 ‘모범 협력업체’로 선정돼 안정적인 수익원을 얻었다.

코스테크도 지난해 매출이 2012년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매출 증대보다 더 중요한 성과는 전에 없던 ‘시스템 경영’이 도입된 것이다. 목표 수립 방식이 바뀌면서 2020년까지 연간 매출을 1500억 원으로 늘리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세웠다. 팀별로 권한을 분산하면서 팀별로 1000건에 이르는 업무 매뉴얼이 새로 생겼다. 직원들의 이직률도 대폭 줄었다. 2013, 2014년 2년 연속 ‘취업하고 싶은 강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바이오세라는 해외 영업조직이 강화돼 수출 대상 국가가 30개국에서 40개국으로 늘어났다. 국내 거래처도 244곳에서 305곳으로 늘어나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00% 증가한 100억 원으로 잡았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경영 코칭#중소기업 경영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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