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와인의 재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70여개 와이너리 자리잡은 매클레런 계곡
프랑스-이탈리아産 비해 오묘한 맛 생산
12월 ‘시라즈’등 6종 6만병 국내 들어와

초여름을 맞은 호주 포도밭에서 와인용 포도가 익어 가고 있다. 이 포도는 내년 초 수확되며 와인 제조 공정을 마치는 대로 ‘하디’ 브랜드로 세계 각국에 수출된다. 애컬레이드 제공
초여름을 맞은 호주 포도밭에서 와인용 포도가 익어 가고 있다. 이 포도는 내년 초 수확되며 와인 제조 공정을 마치는 대로 ‘하디’ 브랜드로 세계 각국에 수출된다. 애컬레이드 제공
신대륙 와인 제조국인 호주가 한국-호주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고품질의 와인을 저렴하게 맛볼 기회다. 이달부터 한국 시장에 대량으로 들어오는 호주의 와인 산지를 둘러봤다.

○ 참신한 맛이 부각된 호주 와인 하디

하디 브랜드를 5대째 생산하는 빌 하디 씨.
하디 브랜드를 5대째 생산하는 빌 하디 씨.
호주 현지 와인은 무엇이 다를까. 설레는 마음으로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1400km 떨어진 애들레이드 시를 찾았다. 한국에서 ‘하디(Hardy)’ 브랜드로 알려진 와인 생산지가 자리 잡은 곳이다. 와인 애호가들이 잘 알고 있는 매클레런, 바로사와 같은 포도 재배지가 밀집돼 있다.

7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자리 잡은 매클레런 계곡에는 초여름의 푸른 포도나무에서 콩알만 한 포도송이가 매달려 있었다. 프랑스 론 지방에서 자라는 포도 품종과 똑같은 시라즈 품종이 대부분이었다. 이 품종은 다 자라도 포도 알이 크지 않지만 껍질이 두꺼워 진한 타닌 맛을 낸다.

길 안내를 맡은 호주 최대 와인 유통업체 애컬레이드의 마이클 피셔 씨는 “성숙기에 많은 햇볕을 받기 때문에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당도가 높고 안정적인 맛을 낸다”고 말했다.

매클레런 계곡의 하디 제조 공장에 도착해 시음에 들어갔다. 올해 만든 시라즈는 블랙베리와 바닐라 향이 짙게 배어 나왔다. 한 해 더 묵은 2013년산 시라즈는 여운이 더 오래갔다. 블랙베리 맛이 가시는가 싶더니 부드러운 럼 향이 났다. 프랑스산보다 더 오묘한 뒷맛이 남는 듯 느껴졌다. 그러면서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더해졌다. 이 회사의 콜더 스미스 씨는 “호주산 포도주의 참신한 맛은 아직 입맛을 가꾸지 않은 젊은층과 여성에게도 매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벼운 맛을 내는 피노누아는 구대륙에 비해 달콤한 맛이 두드러졌다.

○ 거듭된 한국 시장 실패와 회심의 카드


호주 와인은 이미 한국에서 쓴맛을 봤다. 하디 브랜드도 여러 차례 들어왔지만 미국이나 칠레 같은 신대륙 계열에서도 밀렸던 것이 사실.

5세대에 걸쳐 하디 브랜드를 생산하는 빌 하디 씨(64)를 현지에서 만나 직접 물어봤다. 그는 1853년부터 그의 가문이 가꾸어온 생산지를 직접 보여줬다. 그는 한국 시장 진입 전략에 대해 “무엇보다 ‘유별나게 젊고 신선한’ 브랜드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요인으로는 “유통 채널의 불안정”을 꼽았다. 애컬레이드는 이번에 국내 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와 손잡고 엔트리급에서 프리미엄급으로 단계적으로 물량을 늘리면서 저변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 1만∼2만 원대의 고품질 중저가 와인을 홈플러스에 공급할 계획이다. 홈플러스가 이번에 들여오는 와인은 시라즈를 비롯해 6종이다. 초기 도입 물량은 6만 병으로 다른 신규 와인 출시 때보다 5배가량 많다. 애컬레이드의 트래비스 풀러 영업 매니저는 “FTA가 발효되면 가격이 10% 이상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들레이드=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호주#와인#하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