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리콘밸리 넘보는 ‘스타트업 천국’ 英테크시티 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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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넘보는 ‘스타트업 천국’ 英테크시티 가보니
입주기업 4년새 15곳 →1300곳… 금융-기술 결합한 창업허브로

영국 런던 동부지역 올드스트리트 주변은 런던의 대표적 낙후지역이었다. 하지만 2011년 말 영국 정부는 테크시티 조성안에 따라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고 현재는 글로벌 스타트업 중심지가 됐다. 런던=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영국 런던 동부지역 올드스트리트 주변은 런던의 대표적 낙후지역이었다. 하지만 2011년 말 영국 정부는 테크시티 조성안에 따라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고 현재는 글로벌 스타트업 중심지가 됐다. 런던=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중심지는 미국 실리콘밸리’라는 공식을 깨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뜨겁다. 많은 나라들이 자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창업 기업이 성공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끌어주고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런던 ‘테크시티’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영국 정부가 2011년 런던 동부 지역에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뒤 당시 15개였던 스타트업이 현재 1300개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만 10억 달러가 넘는 투자가 이뤄졌다. 런던 IT 벤처기업은 2010년 4만9969개에서 지난해 말 8만8215개로 증가했고 런던에서 늘어난 일자리의 27%가 테크시티에서 탄생했다. 급격한 성장세를 타며 실리콘밸리를 넘보는 테크시티를 찾았다. 》

17, 18일 이틀 동안 둘러본 영국 런던의 테크시티는 활력으로 가득했다. 런던 특유의 흐린 날씨가 이어졌지만 이틀 동안 만난 10여 명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열정과 투지로 충만해 있었다.

2011년 15개 기업으로 출발한 테크시티에는 현재 모바일·게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1300여 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있다. 구글 아마존 등 전통 글로벌 IT 기업 사무실을 비롯해 우버 에어비앤비 등 신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 정부기관 등이 경계 없이 섞여 있다.

테크시티가 스타트업들의 필수 요소를 모두 갖춘 생태계가 되기까지의 일등 공신은 정부다. 스타트업들이 서서히 모이며 자연스럽게 조성된 생태계가 아니라 정부가 주도한 공단적 성격이 짙다. 런던에서 상대적 낙후 지역으로 꼽혔던 동부지역 올드스트리트(Old Street)와 올림픽 주경기장 일대. 2011년 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벤처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며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세상이 됐다”며 테크시티 조성안을 발표했다.

영국 중앙정부는 영국투자청(UKTI) 산하에 테크시티 전담 투자기관(TCIO)을 조직한다. TCIO는 투자자·창업자를 연결하는 ‘허브’다. 스타트업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업할 수 있도록 1년에 20차례가 넘는 행사를 개최하고 스타트업 목소리가 모이는 곳마다 찾아다닌다. 제라드 그렉 테크시티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비즈니스는 영국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 16%까지 성장할 핵심 분야”라고 말했다.

테크시티에서 창업 절차는 간단하다. 법인 설립은 회사명, 주소, 자본금 등 기본 정보만 입력한 뒤 15파운드(약 2만5000원)만 내면 끝이다. 자본금 제한도 없어 ‘0원’으로 기업을 설립할 수 있다. 회사가 망해도 경영자는 자본금에 한해서만 책임을 지면 된다.

창업 뒤에는 지원이 뒤따른다. 정부는 스타트업 기술 및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해 최대 고객을 자청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50개 기업을 선정해 정부가 직접 세계적 기업들과 다리를 놓아 빠른 성장을 돕고 있다. 현재 선정된 50개 기업 중 4개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됐으며 이들 기업가치는 10억 파운드(약 1조7000억 원)가 넘는다. 또 이들 중 13곳이 유치한 투자금만 130억 파운드(약 22조3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가 든든한 후원군이 된 덕분이다. 스타트업 ‘프로버시티(Proversity)’ 창업자 칼 도슨은 “런던은 창업자들의 도시”라고 말했다.

‘핀테크(Fintech)’는 테크시티의 성장세를 이끄는 대표적 영역이다. 금융과 기술의 융합을 의미하는 핀테크는 모바일 결제·송금, 온라인 개인 재정 관리 등 금융 서비스와 결합된 각종 신기술을 뜻한다.

글로벌 금융 중심가인 런던에 모인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세계적 은행 및 투자자들과 협업하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12년 동안 보안 컨설팅 관련 직장을 다니다 온라인에 남는 금융거래흔적을 지우는 기술을 개발해 ‘디지털 섀도스(Digital Shadows)’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한 제임스 카펠은 “창업이란 쉽지 않은 선택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 중심가에서 일어나는 테크시티의 붐과 정부의 지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스타트업 열풍은 테크시티 밖으로 번지고 있다. “런던 전체를 테크시티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말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불과 4년 사이 테크시티에서 성공을 거둔 ‘선배’들은 투자자와 멘토가 돼 테크시티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런던 공식 홍보 조직인 런던 앤드 파트너스 프루 애슈비 기술총괄은 “자생적 생태계가 마련된 뒤에는 정부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 말했다.

런던=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영국#스타트업#테크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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