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안밝힌 韓電부지 입찰… 땅값 치솟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고가 응찰해도 인수무산 가능성… 무리한 낙찰로 ‘승자의 저주’ 우려도
삼성-현대車 “깜깜이 입찰 부담”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강남구 영동대로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 마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전은 7만9342m² 본사 터에 대한 입찰을 17일 오후 4시 마감한 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곳을 18일 오전 10시 낙찰자로 지정한다.

한전은 매각하는 측이 정한 입찰 최저가를 의미하는 ‘예정가격’은 밝히지 않았다. 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예정가격보다 낮으면 인수가 무산된다. 이에 따라 입찰 후보자들은 최저 가격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입찰에 응하게 되고 자칫 무리하게 가격을 써내다 낙찰을 받더라도 사업성이 크게 악화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은 입찰 공고에서 부지 감정평가액으로 3조3346억 원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공시지가(1조4837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한전 측은 “예정가격을 밝히지 않은 것은 현행 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경쟁 입찰시 예정가격을 미리 정해야 한다. 그러나 개찰 및 가격협상 이전엔 매각 당사자가 예정가격을 누설할 수 없게 돼 있다.

현재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중국계 사모펀드 등이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인수 참여자들은 최대한 싼값에 부지를 인수해야 한다. 반면 6월 말 기준 부채가 107조 원에 달하는 한전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부지를 비싸게 파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편 서울시도 한전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3일 “한전 측에 공고문 작성과 관련해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충분한 협의 없이 입찰이 진행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4월 한전 부지가 포함된 강남 일대 72만 m²를 국제업무와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박람회) 등의 기능을 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를 관철하기 위해 한전에 “입찰 공고문을 미리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전은 이에 따르지 않았다. 실제 입찰 공고문에는 ‘부지 활용 용도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한다’는 식의 언급은 없다. 최종 인수자가 다른 방식으로 부지를 개발하겠다고 하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계획이 어그러지게 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한전#삼성#현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