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로지스틱스 6000억에 매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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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안 발표 6개월… 구조조정 박차
2조1853억 확보해 목표 80% 채워… 한진그룹도 에쓰오일 매각 등 순조

현대그룹이 일본계 사모펀드(PEF)인 오릭스코퍼레이션(오릭스)에 그룹 내 물류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전량을 600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를 통해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자구안을 발표한 지 6개월 만에 목표치의 ‘8분 능선’을 넘게 됐다.

최근 한진그룹도 에쓰오일 지분 전량을 사우디 국영기업 사우디아람코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자구안 목표액의 70%를 확보하는 등 국내 1위(한진해운), 2위(현대상선) 해운기업을 둔 두 그룹이 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현대그룹, 6000억 원 현금 확보


이번 지분 매각은 오릭스와 현대그룹이 10월 말까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현대그룹 측(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상선, 현대글로벌, 현대증권)이 보유 중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전량 88.8%를 매각하는 구조다. 오릭스가 SPC 전체 자본금 3400억 원 중 2400억 원, 현대상선이 1000억 원을 출자해 경영권은 오릭스가 갖는다.

당초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IPO 시장이 얼어붙자 매각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매각에 앞서 현대글로벌 등 현대그룹 계열사는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95%를 매입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그룹은 ‘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 회장은 현대글로벌 지분 59.21%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의 최대 주주가 바뀌면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계열사들이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 현대·한진그룹 자구안 70∼80% 달성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3조3000억 원을 조달하겠다는 자구안을 발표한 이후 현대상선 액화석유가스(LNG) 운송사업 부문 매각 및 외자 유치,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2조1853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현대상선의 부채 중 4700억 원을 떨어냈다. 목표액의 80.5%를 이미 달성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3사 매각이 완료되면 7000억∼1조 원의 추가 유동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릭스, 자베즈파트너스, 파인스트리트 등 사모펀드(PEF)들이 입찰에 참여해 이달 말부터 실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얀트리호텔 매각도 진행 중이다.

한진그룹도 자구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전량을 사우디아람코에 매각하기로 했고 대한항공은 비행기 3대를 팔았다. 한진해운은 벌크선 전용선 부문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고 노후 선박을 폐선 처리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6500억 원의 자금 수혈도 받았다. 이를 통해 한진그룹은 현재까지 3조7106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목표액 5조5000억 원의 67.5%를 마련했다.

○ 내년부터 만기 회사채 문제

문제는 앞으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KDB산업은행과 ‘회사채 신속인수제’ 약정을 맺고 있어 올해 말까지는 산은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인수한 뒤 재발행(차환)해준다. 그러나 내년이 되면 현대상선은 7816억 원, 한진해운은 682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자체적으로 갚아야 한다. 올해 1분기(1∼3월) 연결 기준으로 2114%(한진해운), 1357%(현대상선)에 이르는 부채비율도 낮춰야 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대그룹#로지스틱스#에쓰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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