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인증제 감감… 헛바퀴 도는 車 튜닝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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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규제완화 1년… 튜닝시장 활성화 현주소

10∼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오토살롱. ‘국내 최대 튜닝 전시회’를 표방하는 이 행사는 지난 11년간 민간이 주도하다가 올해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주최했다. 정부는 “자동차 튜닝 규제 완화 원년을 맞아서”라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약 70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선팅필름 등 튜닝이라기보다는 자동차 액세서리 업체가 다수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튜닝의 범위를 넓게 잡았지만 업계에서 실제 튜닝이라고 인정하는 부품업체의 참여는 저조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자동차 성능을 높이기 위해 부속물을 추가하거나 외관을 꾸미는 튜닝을 창조경제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지난해 8월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속 대책이 계속 발표됐지만 튜닝업계와 수요자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 튜닝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여전

자동차 생산량 세계 5위(지난해 기준 452만 대)인 한국에서 튜닝시장 규모는 5000억 원(2012년 기준)밖에 안 된다. 세계 최대인 미국은 35조 원, 중국도 17조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정부는 튜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도로교통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63%는 튜닝을 불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튜닝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했던 것도 한몫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10월 승인이 필요 없는 튜닝 사례를 담은 매뉴얼을 보급하기도 했지만 부정적인 인식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J튜닝업체 대표는 “여전히 단속에 적발될까 두려워 튜닝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S튜닝업체 관계자는 “튜닝 규제를 완화했다는데 지난해보다 매출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며 “주변에 폐업하는 업체도 적지 않아 정부가 기대한 고용 창출 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의 한 튜닝업체 관계자는 “승합차를 캠핑카와 푸드트럭으로 개조할 수 있다는 것 말고 일반인이 튜닝을 하는 데 적용되는 각종 규제와 관련해선 뭐가 완화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국토부는 튜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6월까지 모범 튜닝업체를 선정해 인증마크를 수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모범 튜닝업체 선정 공모 공고는 일러야 8월에나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홍보를 조금 더 한 뒤 진행해야 신청도 많을 것 같아 예정보다 늦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 ‘부품 인증제’ 시급

전문가들은 튜닝 수요를 이끌어내려면 ‘튜닝부품 인증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튜닝업체 관계자는 “일단 튜닝부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야 튜닝 수요도 늘고 제작사의 보증 거부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튜닝부품 인증제 추진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안정성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소음기와 휠 등 튜닝부품 5∼7개에 대한 인증 기준을 마련해 한국자동차튜닝협회(KATO)에 제시할 계획이다. 다른 부품에 대한 인증기준은 KATO가 자율적으로 마련해 국토부의 승인을 받게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독일차 전문 튜닝 기업 아승오토모티브그룹 이득영 주임은 “독일도 튜닝협회(VDAT)에서 20∼30년에 걸쳐 인증 기준을 마련했는데, 기반이 하나도 없는 국내에서 하루아침에 인증 기준을 완성하기는 어렵다”며 “외국의 인증 기준을 가져와서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바꾸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튜닝 관할 부처가 국토부와 산업부로 이원화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튜닝 관련 협회도 국토부 산하의 KATO와 산업부 산하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KATIA)로 나뉘어 있다. 튜닝 관련 업계에서는 “두 협회가 밥 그릇 싸움을 하느라 튜닝부품 인증제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토부와 산업부는 지난달 튜닝 관련 협회를 통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갈 길이 멀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품 인증제는 KATO가 운영하고 나중에 KATIA와 통합되면 같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통합 추진) 발표 뒤 아직 부처 간 논의를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한빈 인턴기자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
#튜닝#부품#인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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