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폐브라운관 TV, 전부 어디로 갔나 했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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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기억 속 ‘배불뚝이’ 브라운관 TV는 다 어디로 갔을까. 평판 TV의 등장 이후 점차 설 자리를 잃어온 브라운관 TV는 2012년 12월 31일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면서 점점 더 많이 버려지고 있다. 2012년 91만 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96만8000대가 수거됐다. 올해부터 7, 8년 안에 추가로 600만 대 이상 더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폐브라운관 TV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브라운관 TV는 전면유리와 후면유리로 구성되는데 전면유리는 산화제를, 후면유리는 납을 포함하고 있다. 그냥 버리면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전까지는 새로 브라운관 TV를 생산할 때 폐브라운관 TV의 유리를 재활용해 사용했지만 최근 제조사들이 잇달아 생산을 중단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오염 이슈가 불거지면서 세계적으로 폐브라운관 TV를 재활용할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에선 환경부 지정 폐금속·유용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이 연세대 환경공학과, 우성세라믹스, 다성기업 등과 2년여에 걸쳐 산학공동 연구 끝에 지난해 폐브라운관 TV의 유리를 친환경 보도블록과 점토벽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거한 폐브라운관 TV의 유리를 전용 분쇄·분급기에 넣고 두 단계 분쇄 과정을 거쳐 각각 0.5∼10mm 크기와 0.5mm 이하 크기 소재로 구분한다. 0.5∼10mm로 분쇄된 유리는 시멘트, 골재 등과 혼합해 콘크리트 블록으로, 0.5mm 이하로 분쇄된 유리는 점토벽돌로 재생산한다.

조봉규 사업단장은 “폐브라운관 TV의 유리로 만든 콘크리트 블록과 점토벽돌은 휨 강도와 압축 강도, 흡수율이 한국산업규격 기준에 맞고 중금속 유출 문제도 없다”며 “유리를 재활용한 보도블록은 눈에 잘 띄어 교통안전에 도움이 되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TV 제조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취지 아래 최근 폐브라운관 TV 유리로 만든 재활용 보도블록을 이용해 친환경 길을 조성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TV 교체 수요를 겨냥해 신제품 ‘홍명보 스페셜 TV’를 구매한 고객들로부터 쓰던 브라운관 TV를 받아 재활용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들이 반납한 브라운관 TV를 보도블록으로 재생해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 내에 1200m² 넓이의 ‘승리 기원의 길’을 만든다”며 “행사를 시작한 지 보름 만에 1만1000명이 참가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디지털 TV 전환이 한국보다 먼저 이뤄진 국가에서도 다양한 재활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2011년 브라운관 TV에 사용된 유리로 유리섬유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폐브라운관 TV#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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