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으로 기업 돈줄 살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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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리스크, 새로운 금융]<5·끝>시장에 다시 생명 불어넣으려면…

#1. 주부 김모 씨(36·서울 강남구)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적금 5000만 원을 찾아 당분간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놓기로 했다. 그는 “예금 금리는 너무 낮고 펀드에 넣으려니 손실이 날 것 같아 내키지 않는다”며 “마땅한 금융상품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2. 회사원 이모 씨(50·서울 마포구)는 얼마 전 코스피200 옵션거래에 여윳돈 1억 원을 몽땅 투자했다. 한때는 수익률이 100%를 넘었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곧 빈털터리가 됐다. 그는 “복잡한 파생상품은 이제 꼴도 보기 싫다”며 “원금이 보장되면서 약간의 수익을 추구하는 단순한 상품에만 투자한다”라고 말했다.

저성장,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증시 침체가 길어지자 투자를 포기하며 금융시장을 외면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여기에 정보유출, 횡령, 불완전판매, 부당대출 등 굵직한 금융 사고가 빈발해 금융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추락했다. 금융 소비자들의 투자의욕 감퇴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약화시키고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하지만 달라진 고객들의 태도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금융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14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려면 “금융회사들이 실제 살아 숨쉬는 인간들의 특성을 고려한 금융상품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객 중심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최근 돈이 몰리는 대표적 금융상품은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하는 MMF다. 이달 19일 기준 MMF 설정액은 78조8617억 원으로 지난해 말(66조4009억 원)보다 12조4608억 원 늘었다. 반면 위험자산인 주식계좌에서는 지속적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2011년 말 17조 원이 넘었던 투자자 예탁금은 최근 14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펀드 및 주식 직접투자에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커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변화에 금융회사가 적응하려면 고객 관점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재설계하는 창조적인 금융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회사가 살아남으려면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개발로 승부를 봐야 한다”며 “해외증시 상장지수펀드(ETF), 실물 등에 다양하게 투자해 고객의 선택폭을 확대하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투자시장에서 멀어진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고위험 고수익’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은 다소 떨어져도 안정성을 높인 상품의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나 배당주펀드, 롱쇼트펀드,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이 대표적이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올해에는 고객을 위한 창조적 종합금융을 실현하겠다”며 “다양한 운용 방식을 모색함으로써 고객이 맡긴 자산을 잘 불려주는 것이 창조적 금융”이라고 말했다.

○ 크라우드펀딩, 기업 자금조달의 새 대안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돈줄도 마르고 있다. 위축된 투자심리와 기업부실 증가로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기업들은 “신용등급이 우량한 소수의 회사들을 빼고는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액은 2012년 76조7145억 원에서 지난해 66조6734억 원으로 10조 원 넘게 줄었다.

실러 교수는 자금조달 시장을 살릴 대안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제시했다. 크라우드펀딩은 불특정 다수에게서 소액의 자금을 투자받는 제도다. 예를 들어 세미나, 강연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국내업체 ‘온오프믹스’는 지난해 6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48명에게서 6억9388만 원을 투자받았다. 전통적인 자금조달 시장에서 투자를 받기 어려운 작은 회사지만 이런 방식으로 목표액(2억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끌어 모았다.

크라우드펀딩산업연구소에서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는 약 530억 원으로 세계 시장(약 5조3000억 원)의 1%에 불과하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키우려면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기존 금융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원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크라우드펀딩은 개인 대 개인의 투자이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금융회사들이 중간에 나서면 투자자들의 신용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크라우드 펀딩#투자#금융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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