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수익 적어도 참여했는데… 경인운하 991억 과징금 폭탄 억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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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들 “행정소송 준비”… 공정위 “담합 의혹 충분히 조사”

“안 그래도 적자로 돌아선 건설사가 많은데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까지 처벌하는 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다.”(A 건설사)

“담합 현장에 있었다고 지목된 임원이 그 시간 다른 곳에서 긁은 카드영수증을 공정위에 제출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오히려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닌가 싶다.”(B 건설사)

경인 아라뱃길(옛 경인운하) 공사 입찰에서 ‘나눠먹기식 담합’을 한 혐의로 총 991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 11개 건설사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측은 “담합 혐의가 충분했고 건설업 업황과 각 기업의 최근 3년 치 자금 동향 등을 고려해서 과징금 수위를 조절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이례적으로 공정위의 조치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인 아라뱃길 공사 전체 6개 공구 가운데 제6공구 입찰에 참여했던 대우건설, SK건설 등은 행정소송 등을 통해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제1∼5공구는 대형 건설사 1개와 중소형 건설사 1개가 입찰에 참가해 대형사들이 낙찰 받은 것이라 담합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제6공구는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 SK건설, 대림산업이 경합을 벌였기에 담합할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최근 대우건설, SK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등 11개 건설사 영업부장 및 담당 임원이 경인 아라뱃길 공사 입찰 전에 미리 모여 맡을 공사구간에 대해 합의하고 가격도 조정했다며 과징금을 물린 바 있다.

건설사들이 일련의 공정위 담합조사 결과에 반발하는 것은 건설업계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의 대형 관급공사 입찰에 참여하려면 설계비만 100억 원이 든다”면서 “담합이 나쁜 일인 걸 알지만 쥐꼬리만 한 마진을 위해 무작정 경쟁하다간 적자 폭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보니 다른 건설사의 입찰 참여 여부를 서로 묻게 된다”고 털어놨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국책사업이라 실익이 거의 없었다고 건설사들이 주장하지만 인천도시철도 공사만 해도 담합 업체들이 10% 이상씩 이익을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한 업체에 과징금을 면제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로 과징금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하려 했지만 공정위가 신고한 업체의 제보 내용만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나머지 업체가 덤터기를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김현진 / 세종=송충현 기자
#경인운하 과징금#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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