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삭힐수록 열매가 커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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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장기펀드 판매]<下>원하는 수익률 얻으려면

직장인 이현우 씨(32)는 17일 판매를 시작한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상품 정보를 찾아보다 최소 5년간 펀드를 유지하지 않으면 공제받은 세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가입을 미루기로 했다. 이 씨는 “소득공제 혜택이 커서 매력을 느꼈지만 원금 보장도 안 되는 상품에 5년은 너무 긴 것 같다”며 “좀 더 고민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현명한 투자자일까.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장기 투자를 해야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만큼 5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한 것”이라며 “소득공제 혜택에다 펀드 수익률까지 생각한다면 장기 투자가 정답”이라고 말했다.

○ 펀드 5년 운용하면 대부분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 내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소장펀드는 17, 18일 이틀간 2만8400여 계좌가 판매됐다. 협회 측은 “판매가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초기 판매실적이 ‘폭발적’이지는 않다. 적지 않은 투자자가 이 씨처럼 원금 손실을 볼까 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장기 투자하면 이익이라는데 실제로도 그럴까. 동아일보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5년 이상 운용되고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5년 수익률을 확인한 결과 펀드 수익률은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형 펀드 415개 가운데 409개(99%)의 5년 수익률(17일 기준)이 30%를 넘어섰다. 이를 복리이자를 감안한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약 5.5%로 현재 2∼3%대인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다. 하지만 1년만 투자한다면 어떨까. 415개 펀드 중 319개(77%)의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부문 사장은 “펀드는 적립식으로 가입할 때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매입단가가 낮아져 리스크의 영향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주가가 요동쳐서 겁나는 투자자라도 장기로 투자하면 만기 때는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박사는 “아무런 혜택이나 조건이 없는 펀드의 경우 미국은 평균 6년, 영국은 5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인이 펀드에 투자하는 기간은 평균 2년으로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단기 투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 “연소득 5000만 원 이하만 가입” 투자 위축 우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인 사람만 소장펀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기준을 더 많은 사람이 가입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기준으로 소장펀드에 가입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약 8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협회 측은 “실제 금융투자를 할 만한 여력이 있는 사람은 연 소득이 최소 3300만 원 이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장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은 800만 명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 소득 33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인 사람은 약 220만 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만일 소득 기준을 연 8000만 원으로 늘린다면 잠재적 투자자는 120만 명 정도가 늘어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내년 말까지로 한정된 소장펀드 가입기간도 연장하거나 상시 판매가 가능한 상품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원주 takeoff@donga.com·정지영 기자
#소장펀드#소득공제장기펀드#공제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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