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손맛 아닌 과학”… 두께-색깔-냄새까지 수치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전국 3000여개 매장 ‘빵맛 표준화’ 나선 파리바게뜨 관능평가 연구소

6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SPC그룹 사옥에서 직원들이 빵의 색깔이나 광택, 냄새, 질감 등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관능 평가’를 하고 있다. SPC그룹은 관능 평가를 통해 전국 3000여 개 점포에서 생산되는 빵을 표준화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6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SPC그룹 사옥에서 직원들이 빵의 색깔이나 광택, 냄새, 질감 등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관능 평가’를 하고 있다. SPC그룹은 관능 평가를 통해 전국 3000여 개 점포에서 생산되는 빵을 표준화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6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SPC그룹 본사 3층. 독서실처럼 좌석 사이에 칸막이가 있는 테이블에 한혜진 SPC그룹 연구개발(R&D)센터 주임이 앉았다. 컴퓨터에 로그인을 하자 벽에 설치된 작은 문이 열리면서 빵이 나왔다. 일종의 ‘시료’다.

컴퓨터 화면에는 “빵 껍질의 두께는 적당합니까”, “입안에서 빵이 뭉치는 정도는 어떻습니까”, “신맛이나 짠맛은 적당합니까”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 주임은 빵의 모양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향을 맡았다.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천천히 씹어본 뒤 답을 작성했다. 이곳은 제품을 평가하는 ‘센서리랩(sensory lab·관능평가실)’. 빵은 입으로 맛을 느끼는 미각뿐 아니라 청각, 시각, 촉각, 후각 등 오감(五感)을 동원해서 느끼는 것인 만큼 각 감각을 이용해 다각도로 평가하는 것이다.

SPC그룹이 이처럼 관능평가를 하는 것은 ‘빵의 표준’을 정하기 위해서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의 경우 전국에 3000여 개 점포가 있다. 사람이 빵을 만드는 특성상 점포별로 빵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센서리랩은 빵의 ‘표준’을 만들고, 이를 실제 생산되는 빵과 비교해 차이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공장으로 치면 ‘불량률’을 낮추려는 노력과 같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빵과 점포에서 판매되는 빵의 차이가 크면 소비자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잖아요. 점포는 달라도 소비자의 기대 수준에 걸맞은 ‘균일한 품질’의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능검사가 필수지요.”(김정우 센서리랩 수석 연구원)

빵의 표준을 만드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각 평가 항목은 빵의 색깔, 광택, 발효된 냄새, 광택 등으로 다양화했다. 빵의 가짓수가 700여 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SPC그룹은 관능검사를 통해 빵별로 표준화된 수치를 만들어서 ‘손맛’보다는 ‘데이터’로 빵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센서리랩은 ‘순수우유크림빵’의 표준화한 수치를 만든 뒤 점포별로 무작위로 빵을 수거해 관능검사를 실시했다. 이 빵은 일반 빵보다 우유 함량이 높아 부드럽고 색상도 새하얗게 나와야 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10개 중 3개 점포꼴로 덜 익은 것처럼 보이거나, 너무 구워지는 등 표준과 차이가 났다. 김 연구원은 “빵은 온도와 습도, 장비에 따라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빵 굽는 온도나 시간을 다시 맞추고 제빵사에게 교육을 다시 해서 빵을 균일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능평가는 사람이 평가도구가 되는 만큼 평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SPC는 관능 평가에 소질이 있는 직원들을 관능 패널로 지정해 ‘절대 감각’의 소유자로 양성하고 있다.

현재 SPC그룹에는 20명의 관능 패널이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관능 패널이 아니어도 SPC그룹의 직원이라면 약식 관능평가를 한다.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직원들은 누구나 센서리랩에 와서 빵을 맛보고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 신제품 평가 등에 참여할 수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파리바게뜨의 빵 중 표준을 정한 빵이 전체의 10%도 안 될 정도로 관능평가는 초기 단계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빵의 표준을 정해 완성되는 ‘궁극의 빵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SPC#파리바게뜨#관능평가 연구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