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000t 화학제품 출하… 전세계 ABS 20% 쏟아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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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5强 향해 우리가 뛴다]<4>LG화학 여수공장 가보니

9일 전남 여수시 화치동 LG화학 여수공장에서 생산된 ABS(아크리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가 포대에 담겨 자동창고로 이동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9일 전남 여수시 화치동 LG화학 여수공장에서 생산된 ABS(아크리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가 포대에 담겨 자동창고로 이동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저기 위에서 흰 밀가루 반죽처럼 떨어지는 것 보이시죠? 저게 바로 ABS(아크리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입니다.”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화치동 LG화학 ABS 생산3팀 라인의 모니터는 디볼러타이저(회수조)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합성수지인 ABS가 밀가루 반죽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ABS는 국수처럼 뽑혀 물에 식혀진 뒤 쌀알 크기로 잘려 포대에 담겼다. 한민석 LG화학 생산3팀 부장은 갓 생산된 ABS를 들어 보이며 “이게 바로 산업의 쌀”이라고 말했다.

생산라인에서 나와 물류창고 쪽으로 향했다. 물류팀은 ABS 등 생산한 제품을 출하하느라 분주했다. 장대훈 LG화학 물류팀 부장은 “연말은 늘 출하 물량이 많은 시기여서 더 바쁘다”고 설명했다.

40t짜리 컨테이너도 들어올리는 ‘핸들러’는 야적장에 쌓인 컨테이너를 트럭에 싣고 있었다. 자동화 창고에는 750kg짜리 포대에 담긴 ABS가 30단 이상 쌓여 있었다. 생산라인에서 만든 ABS는 포대에 담겨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창고에 자동으로 옮겨진다.

LG화학 여수공장에는 컨테이너를 들어올리는 핸들러가 5대, 포대에 담긴 화학제품을 옮기는 지게차가 180대 있다. 어지간한 물류업체 못지않은 규모다. 이 공장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화학제품 물량은 7000t에 이른다. 장 부장은 “2011년 40%였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갈수록 낮아져 올해는 36% 정도만 중국으로 가고 있다”며 “인도 말레이시아 터키 등으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공장을 나와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부두를 찾았다. 1000t급 에이와마루1호에 LG화학이 생산한 페놀이 실리고 있었다. 페놀은 공장에서부터 파이프를 통해 옮겨진 뒤 배에 실린다. 1000t의 페놀을 배에 싣는 데는 6시간이 걸린다. 석유화학부두는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여수산단 내 9개 회사의 공장에서 생산된 액체 화학제품의 수출을 위해 만들어졌다. 부두에는 배에 물건을 싣는 로딩암이 26개 설치돼 있다. 각각의 로딩암은 파이프로 공장 9곳과 연결돼 있다. 김종훈 여수페트로 운영팀장은 “석유화학부두의 물동량이 매년 5∼10% 늘고 있다”며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다소 감소했지만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우리도 더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생산하는 ABS 물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20% 수준이다. 시장점유율은 세계 1위다.

LG화학은 1978년 여수공장에 6000t 규모의 제조시설을 만들어 ABS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국내에서 77만 t, 중국 공장에서 75만 t을 생산했다. LG화학은 중국 3대 메이저 석유화학업체 중 하나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ABS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올해 말 이 공장이 완공되면 내년부터 15만 t의 ABS를 추가로 생산하게 된다.

LG화학은 전체 매출액 중 6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세계 15개국에 생산 및 판매법인, 지사를 두고 16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LG화학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화학부문은 지난해 매출 17조 원 중 수출 실적이 8조1000억 원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000억 원 많은 8조4000억 원어치를 수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5.3% 증가한 483억 달러(약 50조7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합섬원료나 합성고무의 수출은 부진하지만 ABS 등 합성수지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수출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합성수지는 중국은 물론이고 베트남 인도 터키 등으로 수출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수출액은 212억 달러(약 22조3400억 원)로 전년보다 8.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수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세계 경기 회복 조짐에 따라 수출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기업 최초로 중국 에틸렌 사업에 진출한 SK이노베이션은 7월 말부터 중국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SK석유화학, SK종합화학, 삼성토탈 등은 파라자일렌 공장을 새로 가동해 석유화학제품 330만 t이 추가로 생산될 예정이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지고 있어 수익성이 얼마나 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를 확충하고 정부 차원에서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중동 국가의 움직임이 큰 변수로 떠올랐다. 석유화학의 중간원료인 에틸렌 생산 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이 828만 t, 중국이 1626만 t인 데 비해 중동은 2680만 t에 이른다. 특히 원유를 정제해 얻은 나프타에서 에틸렌을 얻는 한국과 달리 중동은 대부분 천연가스 기반 생산설비로 가격이 4분의 1 수준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생산설비 증가세에 비해 수요는 크게 증가하지 않아 내년에도 화학업체들은 피 말리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 ABS ::

아크리로니트릴(A), 부타디엔(B), 스티렌(S)으로 구성된 물질. 충격에 강해 스마트폰이나 TV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
“신시장 발굴해 수출처 다변화”


2011년 하반기(7∼12월)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은 반도체도 자동차도 아닌 석유제품이었다. 2년간 지켜온 수출 1위 품목 타이틀은 올 하반기 반도체에 내줄 것으로 보이지만 석유제품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무역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1등 공신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석유제품을 주력 수출 품목으로 만든 것은 정유회사들의 꾸준한 투자와 시장 개척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고(高)부가가치 제품의 수출로 불황의 파고를 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을 70%대로 올리며 50조 원대 수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9월 말까지 27조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주요 수출 품목은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 제품이다.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세계 고급 윤활유 시장 점유율은 약 50%에 이른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앞장서 45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동남아 시장에 수출했다.

GS칼텍스 역시 원유를 정제해 뽑아낸 석유제품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고도화시설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04년 이후 투자액이 5조 원에 이른다. GS칼텍스의 고도화비율은 34.6%로 국내 정유업계에서 가장 높다. 원유를 한 번 정유해 나온 값싼 벙커C유를 다시 한 번 처리해 휘발유 경유 등으로 만드는 고도화시설은 ‘땅 위의 유전’이라고 불린다.

국내 정유회사 중 최초로 석유제품 수출을 시작한 에쓰오일은 3년 연속 수출 비중 60%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윤활유 시장에 진출하며 수출 품목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석유제품 수출액이 정유 마진 하락과 중국 시장의 공급 과잉, 동남아 시장의 수요 감소로 전년보다 2.2% 줄어든 524억 달러(약 55조11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미국 등의 수요가 늘어 수출액이 53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석유제품의 부가가치를 꾸준히 높이고 있어 내년에는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박진우 기자 pjw@donga.com
#LG화학#석유#무역#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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