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식품 선택까지 좌우… ‘먹거리 스마슈머’ 주목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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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한국리서치 ‘2013년 한국의 소비자 트렌드’ 분석

채널A 인기 프로그램인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 7월 강원 영월군 동강시스타리조트에서 개최한 ‘착한 먹거리 캠프’. 채널A 제공
채널A 인기 프로그램인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 7월 강원 영월군 동강시스타리조트에서 개최한 ‘착한 먹거리 캠프’. 채널A 제공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은 요즘 무엇을 먹고, 입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동아일보가 한국리서치 등이 발표한 최신 통계로 ‘2013년 한국의 소비자 트렌드’를 살펴봤다. 한국인은 채널A 프로그램인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같은 식품 관련 프로그램에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인지 식품의 원재료와 효능, 가격, 실용성 등을 꼼꼼히 따지는 이른바 먹거리 ‘스마슈머(스마트 컨슈머·똑똑한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해외 여행지로 20, 30대는 동남아시아를, 50, 60대는 중국을 가장 선호하는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아웃도어 의류는 많이 사면서 정장을 사는 데는 지갑을 닫는 것이 최근의 의류 관련 소비패턴이다.   
○ 올해 ‘먹거리 스마슈머’ 35%… 8년새 9% 증가

한국리서치가 전국의 시(市) 이상 도시에 사는 13∼69세 소비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소비자 트렌드 통계’를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먹거리 스마슈머’는 2005년 25.9%에서 2013년 35%로 10%포인트 가까이로 늘었다. 먹거리 스마슈머 성향은 40, 50대 주부에게서 두드러졌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집단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한국리서치는 ‘먹거리 스마슈머’를 ‘건강을 위해 음식 성분을 따지며 가려 먹는 편’이라고 답한 소비자로 규정했다. 이런 소비자가 늘면서 채널A 인기 프로그램인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 7월 개최한 착한 먹거리 캠프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 두 차례에 걸쳐 각 20팀이 참여한 이 캠프의 참가 경쟁률은 25 대 1이었다. 이 캠프에 참가한 주부 윤은주 씨(61·서울 마포구 연남동)가 대표적인 스마슈머다. 그는 최근 경기 안양의 찰수수 재배 농가를 수소문해 이웃들과 공동구매하기로 했다. 고추장 된장 젓갈 등 음식의 기본이 되는 장류와 기본 반찬은 모두 직접 담가 먹는 등 식재료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 매스컴 보도에 영향받아… 원산지 표기엔 의심

한국리서치는 ‘먹거리 스마슈머’가 최근 몇 년 새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채널A의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등 식품 관련 매스컴 보도가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스마슈머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4%가 ‘음식에 관한 보도가 내 식습관에 영향을 준다’고 답해 전체 소비자 평균(38.8%)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혜정 한국리서치 팀장은 “특히 40, 50대 주부 층에서 스마슈머 경향이 높게 나타난 것은 이들이 평소 TV 등 영상 매체를 즐겨보면서 자연스레 먹거리 관련 프로그램에 자주 노출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편 스마슈머의 33.3%는 ‘식품 포장에 표기된 원료 및 원산지를 믿을 수 없다’고 답해 전체 평균(27.4%)을 넘어섰다. 이런 소비자들을 겨냥해 식품 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400명이었던 ‘안전먹거리 체험교실’ 참가 인원을 올해 640명으로 늘렸다. 안전먹거리 체험교실은 7세 이상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참여해 햄버거 등 실제 롯데리아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 식품구매시 우선 구매요인은 맛-건강-품질 順

일반 소비자가 식료품을 살 때 고려하는 요인은 맛(60.4%·1인당 3개 항목 선택), 가격(54.8%), 제품의 질(51.7%) 순서였다. 스마슈머는 달랐다. 맛(54.3%),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54.2%), 제품의 질(52.0%) 순이었다. 특히 일반 소비자는 54.8%가 가격이 선택 기준이 된다고 꼽은 반면, 스마슈머는 47.9%만이 ‘그렇다’고 답해 대조를 이뤘다. 혼자 사는 이주억 씨(42·경북 안동시) 역시 식품의 ‘투명성’에 중점을 두고 쇼핑을 한다. 이 씨는 외식을 할 경우 식재료나 조리 과정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불안해 요리도 되도록 직접 만들어 먹는다. 유기농 채소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주변에 많지 않아 전문 판매점을 직접 찾아다니고 계란은 항생제를 쓰지 않은 것으로만 구입한다. 스마슈머의 전문성을 이용해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차(茶) 전문 브랜드 립톤은 23일부터 7일간 진행하는 ‘립톤 프렌즈 체험단 이벤트’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해 요리·육아·홍차 관련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블로그 다섯 곳의 도움을 받았다.  
▼ 20, 30代는 동남아, 50代이상은 중국 선호 ▼
■ 연령대별 해외여행지


20, 30대와 50, 60대는 해외여행에서도 ‘노는 물’이 달랐다. 최근 1년 사이에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전체 연령에서는 동남아시아(39.0%) 중국(25.7%) 일본(19.3%) 호주·뉴질랜드(8.7%) 미국·캐나다(7.0%) 지역 순으로 많이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령별로 보면 20, 30대는 동남아 지역 여행 비중이 각각 45.0%, 44.7%로 월등히 높고 그 다음이 일본(20대 23.2%, 30대 18.8%)이었다. 중국 여행 비중은 16% 내외였다.

반면 50대 이상에선 중국이 동남아 못지않은 인기 지역이었다. 중국 여행 비중이 30%를 넘어(50대 33.7%, 60대 이상 36.6%) 나이 많은 여행객일수록 중국을 선호하는 양상을 보였다. 젊은층에 비하면 동남아 여행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런 차이는 자유여행과 단체 패키지여행과 같은 여행 형태에 대한 선호도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동남아는 외국어 사용이 어느 정도 가능한 휴양지 중심이고, 중국은 아직까지 패키지여행이 아니면 다니기 힘든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여행을 좋아하는 20, 30대와 단체관광에 익숙한 중장년층의 성향 차이가 여행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 또 동남아 지역은 신혼여행지지만 어린 자녀와 함께 가는 휴가지로도 인기인 반면 젊은층 사이에서 중국은 ‘불편한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 아웃도어 열풍에 남녀정장-캐주얼 크게 위축 ▼
■ 어떤 옷이 잘 팔리나


패션 분야에서 한국인의 소비 트렌드는 단연 ‘아웃도어’다. 주 5일 근무제로 여행·등산 등 여가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고 정장만을 고집하던 회사들이 캐주얼 스타일의 복장을 허용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05년 1조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5조 원을 넘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는 6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아웃도어 시장이 커지면서 타격을 본 분야는 정장 업계다. 양복이나 원피스를 입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남성복과 여성복 시장은 하향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또 골프웨어, 등산복, 스포츠웨어 등 옷 구분이 명확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아웃도어 의류 하나로 다양한 활동을 해 의류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분위기다.

과거 캐주얼 점퍼와 정장 재킷을 각각 샀지만 이제는 아웃도어 점퍼 하나만 구매하는 소비자가 상당수 있다는 뜻이다. 손주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웃도어 열풍은 불황을 맞아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가 실용적인 소비를 나타낸다면 해외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의 인기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층의 소비 성향을 보여준다. 실제 2008년 5000억 원이던 국내 SPA 시장은 2009년 8000억 원, 2010년 1조2000억 원으로 연속해서 50% 이상 성장해왔다.  

김현진·권기범·류원식·김범석 기자 bright@donga.com
#먹거리 스마슈머#식품구매#아웃도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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