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시장 키운다더니 예산은 고작 165억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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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난 구원투수’ 대책 발표 열흘… 답답한 기업들

경기 용인시 삼성SDI 기흥사업장 내에 설치된 산업용 1MW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외관(왼쪽 사진). 4608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과 전력조절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SDI 제공
경기 용인시 삼성SDI 기흥사업장 내에 설치된 산업용 1MW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외관(왼쪽 사진). 4608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과 전력조절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SDI 제공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어떤 움직임도 없으니 답답합니다.”

28일 만난 A기업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부문 담당 부장은 “정부가 발표한 ESS 활성화 대책에는 보급 활성화라는 목표만 담겨 있지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없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 지원책 빠진 활성화 정책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공급 중심에서 수요 관리형 전력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내놓은 대책 중 하나가 심야시간대 전기를 저장했다가 피크시간대에 전기를 꺼내 사용할 수 있는 ESS 시장 활성화다. 하지만 정작 ESS 보급 확대를 위한 효과적인 지원책은 빠져 있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활성화 대책은 우선 최대 전력 사용량이 30만 kW를 넘는 대규모 민간사업장을 대상으로 전체 전기 사용량의 5%를 저장할 수 있는 ESS 설치를 권장한다는 것이다. 또 최대 전력 사용량이 1000kW 이상인 공공기관에도 100kW 이상 ESS 설치를 권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제 개편을 통해 ESS를 활용한 피크 부하 절감 노력에 대해 적정 수준의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을 이끌어갈 지원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SDI가 기흥사업장에 1MW급 ESS를 설치해 시범 운영한 결과 설비 투자액을 회수하기까지 11.8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ESS의 평균 수명이 10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기술로는 투자비 회수조차 힘들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 보조금 없이는 자발적으로 ESS를 설치할 기업을 찾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ESS 보급에 책정한 예산은 165억 원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정부 발표처럼 사용량의 5%인 80MW급 ESS를 설치하기 위해선 95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A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피크시간대 전력수요 관리를 위해 한 해 4000억 원 이상 쓰고 있는데 이 중 일부라도 ESS에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선진국선 보조금으로 장려


이미 일본과 유럽에선 정부 지원금을 통한 ESS 보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ESS 시장은 2011년 600MW에서 2012년 710MW로 규모가 확대됐다. 일본 정부는 올해 ESS 보조금 예산을 230억 엔(약 2600억 원)을 책정해 보급사업에 나서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ESS 설치 의무화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도 설치비의 일부를 국가가 보조하고 있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ESS가 확산되면 정부는 발전소를 적게 지어도 되는 등 국가적으로 이익이 생기는데 이 중 일부를 기업에 환원해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처럼 전력 다소비사업장이나 공공기관에 ESS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ESS 보급 지원 예산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피크시간대에 지금보다 더 요금을 많이 받는 방향으로 전기요금을 개편하고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면 어느 정도 경제성이 확보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봐 가며 단계적으로 설치 의무화 쪽으로 정책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SS#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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