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TDD-LTE로 바꿔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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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중국시장 잡기 위해 미래부에 ‘물밑 작업설’ 파다

“삼성전자 쪽에서 와이브로 주파수를 시분할 연동 롱텀에볼루션(TDD-LTE) 쪽으로 바꿨으면 하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관계자와 통신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용어가 ‘와이브로’와 ‘TDD-LTE’다. 미래부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삼성과 관련 논의를 한 적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선 삼성이 TDD-LTE로 기술 전환을 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 신시장 블루칩 ‘TDD-LTE’


TDD-LTE는 LTE 통신을 구현하는 기술 방식의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나라에서 쓰는 LTE는 주파수 분할(FDD·Frequency Division Duplex) 방식이다. 그런데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TDD 방식 LTE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두 기술은 기지국과 스마트폰 사이의 통신 방식이 다르다. FDD는 다운로드와 업로드에 사용하는 주파수가 각각 따로 있어야 하고 TDD는 주파수 대역이 하나만 있어도 시간대별로 나눠 통신이 가능하다.

TDD-LTE는 FDD-LTE보다 늦게 등장한 기술이다. 데이터 처리 효율성이 매우 높고 구축 비용도 적게 들어 중국 러시아 중동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삼성으로선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시장인 중국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TDD-LTE 관련 실적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기술과 실적이 검증돼야 해외 수출이 쉬워지는 만큼 와이브로 주파수를 TDD-LTE 쪽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TDD-LTE를 자국의 차세대 통신 표준으로 정하고 상용화 채비를 마친 상태다. 중국의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은 올해 안에 중국 100개 도시에 20만 개의 기지국을 세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LTE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에릭손 등과 함께 세계 수위를 다투고 있다”며 “중국을 비롯해 해외 신흥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국내에 TDD-LTE 시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2015년까지 10개국이 TDD 방식 LTE를 도입해 전체 LTE 시장의 18%가 TDD 방식으로 구현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자식을 어찌 버리나’ 미래부 고심

국내 TDD-LTE 테스트베드 마련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 가운데 와이브로 주파수 대역을 TDD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와이브로는 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개발한 ‘토종 통신 기술’이지만 최근까지도 국내 가입자 수가 100만 명 선에 그치는 등 정체를 겪고 있다. 한때는 유럽, 미국 등 70여 개국에 수출되며 영광을 누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유럽식 기술표준인 LTE에 밀리고 있다. ‘와이브로 폰’ 등 관련 기기도 2년 가까이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구대 정인준 교수는 “와이브로는 TDD-LTE와 기술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와이브로 주파수를 적은 비용으로 쉽게 TDD-LTE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와이브로 주파수를 TDD 쪽에 활용하면 앞으로 6년간 최대 19조 원 규모의 신시장이 열릴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와이브로는 우리가 만들어낸 기술인 만큼 쉽게 버리기 어렵다”며 “내부에 관련 연구팀까지 만들어 고심 중이지만 결론이 안 나고 있다”고 전했다.

:: 와이브로(WIBRO) ::

2002 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가 손잡고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국산 무선 초고속인터넷 기술. 이동 중에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큰 주목을 받았으며 세계 70여 개국으로 수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롱텀에볼루션(LTE) 등에 밀려 하향세다.

:: TDD-LTE ::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 구현 기술 중 하나. 하나의 주파수 대역을 시간별로 나눠 활용하기 때문에 주파수 효율성이 뛰어나다. 중국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TDD-LTE#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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