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대출금리 몰래 올려 이자 303억 더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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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자 동의없이 가산금리 조작
지점장 675명 가담… 7명 기소

경기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J 씨(55)는 2008년 2월 12억 원짜리 주유소를 한 곳 더 매입했다. 부족한 매입자금은 평소 거래하던 외환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아 조달했다. 당시 외환은행 직원은 금리가 싸다며 엔화대출을 권유했고 J 씨는 연이율 3.4%의 변동금리로 6500만 엔(당시 환율로 약 6억5000만 원)을 대출받아 주유소를 매입했다.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외환은행은 2009년 2월 금리를 9%로 올리겠다고 J 씨에게 통보했다. 엔화 가치도 약 두 배로 뛰면서 원금도 약 50%나 불어났다. 곧이어 외환은행은 “주유소 경영 리스크가 커졌다”며 금리를 11%까지 높였다. 원금은커녕 한 달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이자에 허덕이던 J 씨는 결국 파산 직전에 몰리다 주유소 경영을 접고 현재는 덤프트럭을 운전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금리 인상의 일부는 외환은행 측이 가산금리를 불법으로 조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J 씨는 1억 원가량의 이자를 더 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강남일)는 25일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출 가산금리를 마음대로 올리는 수법으로 4861명으로부터 303억 원의 이자를 더 받은 혐의(컴퓨터 등 이용 사기)로 외환은행 전 부행장 권모 씨와 전 기업마케팅 부장 박모 씨 등 전현직 임직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현재 미국에 있는 전 외국인 은행장 L 씨가 가산금리 조작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 조치를 내렸으며,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가산금리를 대출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올려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준금리에 대출자의 신용도, 은행 마진 등의 가산금리가 더해져 결정된다. 변동금리는 한국은행 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자에게 통보만 하고 올려도 되지만 가산금리를 올리려면 반드시 대출자와 서면약정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은행 직원이 대출 전산시스템에서 모두 1만1380건의 가산금리를 조작해 이자를 더 받은 것이다. 검찰은 금리 조작에 가담한 지점장이 총 675명인 것으로 확인했지만 범행 가담 경위와 위반 건수, 금액 등을 고려해 7명만 기소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에 나머지 지점장에 대한 징계와 피해자 보상을 함께 요청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외환은행#대출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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