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보호하랬더니… 금융위-금감원 또 밥그릇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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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체계 개편 ‘15년 갈등’ 불지펴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걸고 시작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작업이 15년 해묵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다. 다음 주 금융위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내놓고 국회가 논의를 시작하면 개편안이 정치바람에 휩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공약을 양 기관이 밥그릇 싸움에 이용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원점에서 생각해 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논란은 정치권, 학계 등으로까지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 소비자보호원 독립, 제재권 두고 대립

양 기관의 갈등은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금융감독의 중심에 두겠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촉발됐다. 핵심인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 신설 여부에 대해 금융위는 금감원과 금소원을 분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금감원 내에 금소원을 두고 자율성을 높이는 안을 추진했지만 박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뒤 금소원을 독립기구로 두기로 방안을 바꿨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국무회의에 이 같은 안건을 올릴 계획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안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신설한 지 1년 남짓밖에 안 됐는데 조직을 개편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와 소비자 보호는 ‘동전의 양면’이므로 둘을 분리해 갈등을 만들 게 아니라 한 조직 안에서 조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금감원 주장이다.

제재권을 분리할지도 논란의 중심이다. 현재는 은행을 검사한 뒤 경징계는 금감원이, 중징계는 금융위가 맡도록 돼 있는데 금융위는 금감원의 제재권도 금융위에서 다시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를 하면서 제재는 못하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돼 검사의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했다.

○ 전문가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이번 갈등은 지난 15년 동안 쌓인 두 기관 사이 불신의 연장선으로 지적받고 있다. 상호 불신은 금융위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원이 출범한 1998년부터 15년간 줄곧 이어질 정도로 골이 깊다. 조영균 금감원 비대위원장은 “20명으로 시작한 금융위가 약 200명으로 몸집을 키우기까지 우리 업무를 조금씩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감독, 검사에 충실해야 할 금감원이 정책수립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두 기관은 불과 3년 전인 2010년 4월에도 비슷한 다툼을 했다. 당시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위가 은행 제재권을 금감원에서 가져오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금감원이 반발한 것이다. 논란 끝에 국회는 은행 제재권을 금감원에 그대로 두기로 했지만 금융위는 행정지도 때 금융위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행정규칙을 바꿨다.

조은아·이상훈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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