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코넥스 거래 활성화도 좋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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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경제부 기자
손효림 경제부 기자
“이건, ‘로또’입니다!”

이달 1일 개장한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1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소식을 들은 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현재 21개 종목이 상장돼 시가총액이 4000억 원 남짓인 코넥스에 펀드 자금이 투입되는 순간 주가는 급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넥스가 문을 연 지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억6000만 원, 거래량은 8만1900주였다. 몇억 원만 투입하면 대부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시장에 15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면 일부 종목은 단기간에 몇 배로 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안에 코넥스 상장기업 수를 5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하루 거래되는 주식의 10%만 사도 주가는 오른다”며 “코넥스 상장 종목이 200개라 하더라도 시장 규모에 비해 펀드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주가는 그냥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식만 사 놓으면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

1500억 원의 펀드 조성에는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이 참여한다. 이 펀드는 지난달 말에 500억 원이 조성됐고 자금을 계속 확보해 1500억 원을 채울 예정이다.

코넥스 펀드가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마중물의 양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돈을 싸들고 코넥스에 투자해야겠다. 펀드가 들어와 주가가 뛰면 주식을 팔고 빠지면 된다”고 말했다. 코넥스 펀드가 코넥스를 투기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코넥스는 갓 싹을 틔운 여린 잎이다.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에 상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키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빨리 키워야 한다는 마음에 ‘성장 촉진제’를 과하게 투여하면 당장은 쑥쑥 자랄지 몰라도 야무지게 자라기는 어렵다. 코넥스가 제대로 자라려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돼야 한다. 매력적인 시장은 투자할 만한 종목이 많은 곳이다. 우량 기업을 많이 발굴해 스타 기업이 나오도록 힘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은 더디더라도 정부 차원의 유동성 지원이 아니라 시장의 힘으로 커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코넥스를 키우는 정석(定石)이다.

손효림 경제부 기자 aryssong@donga.com
#코넥스#중소기업#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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