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자王 Recliner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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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톱 PC 대신 스마트폰 들고 편안하게… 한국인 라이프스타일 바뀌면서 공부방 의자 대신 ‘리클라이너’ 대세
젊은층도 “혼자만의 공간 필요해” 소파 대용으로 선호… 시장 규모 年 20∼30% 성장

가구에 대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리클라이너가 급속히 대중화되고 있다. 에이스침대에서 수입 판매하는 스트레스리스 리클라이너(위)와 까사미아가 올 초부터 선보인 스칸디나비안 리빙 리클라이너. 각 업체 제공
가구에 대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리클라이너가 급속히 대중화되고 있다. 에이스침대에서 수입 판매하는 스트레스리스 리클라이너(위)와 까사미아가 올 초부터 선보인 스칸디나비안 리빙 리클라이너. 각 업체 제공
최근 가구업계에 ‘리클라이너 열풍’이 거세다. 리클라이너는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 있는 안락의자를 말한다. 리클라이너의 가격은 보통 100만 원 안팎이고 비싼 건 400만∼500만 원짜리도 있다. 비싼 가격과 소비 위축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리클라이너를 찾는 사람들은 증가세다. 높아지는 인기에 힘입어 주요 가구업체들은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리클라이너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여유 있는 중장년층의 전유물 또는 서재용 고가(高價) 가구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대중화의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전문가들은 리클라이너의 인기 뒤에는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 신혼부부, 소파 대신 리클라이너 구입


업계에 따르면 현재 리클라이너 시장은 약 900억 원 규모이며 매년 20∼30%씩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의자 시장 규모(4000억 원 수준)가 전년 대비 15%가량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현재 리클라이너 부문의 선두 브랜드는 에이스침대에서 수입 판매하는 노르웨이산 ‘스트레스리스’다. 이 브랜드의 2001년 국내 매출은 8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140억 원으로 늘어났다. 11년 만에 매출이 18배 가까이로 커졌다.

리클라이너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대형 가구업체들 상당수가 해외 제품을 수입해 팔고 있다. 2009년부터 리클라이너를 수입 판매한 한샘의 경우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이 전 분기보다 122%나 뛰었다.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자 한샘은 최근 대형 직영매장에 ‘리클라이너 존’을 별도로 마련했다. 까사미아는 올해 초부터 노르웨이산 리클라이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4∼6월) 매출은 1분기(1∼3월)보다 67.3%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리클라이너를 구매하는 연령층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까사미아에서 리클라이너를 구매한 고객 중 26∼40세 비율은 전체의 52.9%나 된다. 돈 많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란 기존 인식과는 판이한 결과다. 까사미아 측은 “신혼부부들이 3인용 소파 대신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리클라이너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리클라이너를 구매하는 중소형 평형대 거주 고객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샘에 따르면 리클라이너 구매 고객 중 132m²(약 40평) 이하 거주자 비율은 2011년 약 40%에서 올해 상반기(1∼6월) 50%대로 높아졌다.

○“북유럽식 인테리어-여가문화 확산”

전문가들은 리클라이너 인기의 배경에는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있다고 분석한다.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여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긴 ‘라운징’(Lounging·실내에서의 가벼운 활동, 빈둥거림) 문화가 일차적 요인이다. 한샘 측은 “사회가 경쟁 위주로 흘러갈수록 혼자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며 “휴식과 여가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 풍조가 자리 잡을수록 리클라이너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도 영향을 미쳤다. 데스크톱 PC를 쓰던 시절처럼 인터넷 서핑을 위해 굳이 책상 앞에 앉아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재나 공부방의 필수 아이템이던 기능성 의자들은 고전 중이다. 기능성 의자 붐을 이끌었던 듀오백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1.7% 줄었다.

리클라이너의 인기는 최근 젊은층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북유럽식 인테리어 문화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원래 리클라이너는 날씨가 추워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북유럽 국가 사람들이 오랜 시간 편안하게 앉아 있기 위해 만든 가구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책임연구원은 “실용적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최근 리클라이너의 인기는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이 잘 잡히고 생활이 여유로운 북유럽 국가에 대한 동경이 반영된 ‘원산지 효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리클라이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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