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취업-창업 고민? '공부방 사장님' 어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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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을 운영하는 20대 윤지은(가명·왼쪽) 씨가 자기 집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윤 씨 같은 20대들은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소자본으로 시작해 성취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공부방 창업을 선호하고 있다. 문현경 청년드림통신원 iamhkmoon@korea.ac.kr
공부방을 운영하는 20대 윤지은(가명·왼쪽) 씨가 자기 집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윤 씨 같은 20대들은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소자본으로 시작해 성취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공부방 창업을 선호하고 있다. 문현경 청년드림통신원 iamhkmoon@korea.ac.kr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다니다 휴학 중인 윤지은(가명·25·여) 씨.

윤 씨는 취업을 코앞에 둔 4학년이지만 평일 낮에는 부모님과 산책하고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취업 공부로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거나 사회 초년생으로 업무에 바쁜 또래들과는 대조적이다. 그가 취업 걱정에서 자유로운 이유는 당당한 ‘공부방 사장님’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시간대에 자기 집에서 중고교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월수입은 600만 원. 직장 초년생들보다 풍족한 편이다.

윤 씨처럼 ‘공부방 1인 창업’에 뛰어드는 20대가 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공부방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1만6091개로 2년 전보다 약 2600개 늘었다. 2년 사이 매달 평균 100개 넘게 새로 문을 연 것이다.

공부방을 운영하며 이 분야의 창업 컨설팅을 하는 김보미 씨(33·여)는 “공부방 창업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에는 주로 30대 후반∼40대가 공부방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20대∼30대 초반으로 창업 연령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 “공부가 ‘본업’인 20대란 점이 경쟁력”


윤 씨가 창업한 공부방은 수업료를 받고 개인 과외를 하는 곳이다. 공부방은 사설학원과 달리 교사나 학생의 집에서 운영하며 한 번에 9명까지 수업을 한다. 공부방 창업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일반인은 아파트, 연립주택 같은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에 공부방을 삼을 만한 공간을 갖추면 관할 교육지원청에 ‘개인과외 교습자’로 신고한 뒤 문을 열 수 있다. 대학이나 대학원 재학생은 신고할 필요가 없어 더욱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다.

20대가 공부방 창업자의 주류로 떠오르는 이유는 30, 40대와 달리 따끈따끈한 ‘공부의 감’을 지니고 있어서다. 대학생이 개인 과외를 하다 흥미를 붙인 경우도 많다. 여기에 ‘맞춤형 소규모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의 수요가 맞아떨어졌다. 공부방 교사 윤 씨는 “학원은 일대다 형식이지만 공부방은 일대일, 일대삼 등 소규모로 학생들의 실력을 파악하고 맞춰주니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소자본으로 시작해 자신의 노력에 따라 큰 수익을 낼 수 있어 성취감도 크다. 장소만 마련되면 책상 및 교재 구입 등에 대개 50만∼100만 원이 든다. 자본이 달리는 20대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공부방 창업을 돕고 있는 인천대 창업지원단의 임송희 교육지원과장은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고, 다른 업종에 비해 창업 준비 절차도 간단해서 공부방 창업을 선호하는 젊은이가 많다”고 설명했다.

업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개인 시간, 삶의 여유를 중시하는 20대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맞는 편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해 공부방을 차린 박보라 씨(28·여)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에 구애받지 않아 나중에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계속 운영하고 싶다”며 흡족해했다.

○ “성공하려면 공부방을 공부해야”

공부방 창업경험자들은 공부방 창업을 단발적인 개인 과외처럼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개인 과외보다 더 공을 들여 ‘공부방 노하우’를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려대 수학교육과를 나와 공부방을 연 최규민(가명·29) 씨는 “전달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하면 학생들이 도움을 못 받는다고 느껴 떠나기 쉽다”며 “강사로서 전문적인 마인드를 갖춘 후 준비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련한 사교육업체들과 경쟁하려면 교육정보지 등을 정독하고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팁도 있었다.

자신의 집이나 학생의 집에서 운영하는 게 어렵다면 따로 공간을 얻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김보미 씨는 “청년들은 목돈이 없다 보니 교육공간을 찾는 데 부담을 느낀다”며 “가능하다면 정부에서 창업 자금이나 창업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문현경 청년드림통신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iamhkmoon@korea.ac.kr
#공부방#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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