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好好”… 中큰손 투자이민 한달새 50건 예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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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 한달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끝자락의 6만6000여 ㎡ 공터에서는 2017년 준공 예정인 ‘해운대관광리조트’의 본보기집 공사와 가설 공사가 시작됐다. 5월 20일 이 리조트가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되자 중국인 투자자 50여 명이 8월 초 계약을 하기로 하는 등 외국인 투자유치가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끝자락의 6만6000여 ㎡ 공터에서는 2017년 준공 예정인 ‘해운대관광리조트’의 본보기집 공사와 가설 공사가 시작됐다. 5월 20일 이 리조트가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되자 중국인 투자자 50여 명이 8월 초 계약을 하기로 하는 등 외국인 투자유치가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동쪽 끝자락 백사장 바로 앞. 펜스가 둘러쳐진 6만6000여 m²의 대규모 공터에는 본격적인 공사를 위한 임시시설물 건축 공사가 한창이다. 본보기집도 짓는 중이다. 이곳에는 2017년까지 85∼101층 높이의 초고층빌딩에 호텔 워터파크 쇼핑몰 아파트가 들어선 ‘해운대관광리조트’가 세워진다.

사업비 약 3조 원 규모의 이 리조트는 지난달 20일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새로 도입되면서 투자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중국 큰손들의 투자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 것. 발표가 나자 중국 투자자들이 대거 다녀갔고, 8월 초 중국인 50여 명이 현장을 방문해 호텔 분양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시행사 ‘엘시티’의 박수근 대표는 “이 계약 날짜에 맞추려고 본보기집 준공을 서두르고 있다”며 “비슷한 시기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아파트 분양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대규모 리조트 2곳이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을 받은 지 한 달, ‘바이(Buy) 부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부산과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실적이 전무해 투자이민제의 실효성 논란도 나온다.

○ 부산, 중국인 러브콜 쏟아져

해운대관광리조트와 함께 투자이민제가 도입된 ‘동(東)부산관광단지’도 투자유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 관광단지는 2017년까지 4조 원을 들여 기장군 기장읍 바닷가 366만 m² 터에 테마파크, 스포츠 및 의료관광시설, 호텔, 콘도 등이 복합된 대규모 리조트를 짓는 사업. 사업 시행자인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본격적인 분양은 내년부터 시작되는데도 벌써부터 중국인들의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해외를 돌며 본격적인 투자설명회를 열어 열기를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해운대관광리조트는 투자이민제 도입을 전제로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 4개 지역 상공인으로 구성된 투자회사와 1조2000억 원의 투자 양해각서(MOU)까지 맺은 상황. 박 대표는 “투자이민이 적용되는 호텔은 1실에 15억 원이 넘는데도 사겠다는 중국인이 많다”고 귀띔했다.

부산을 자주 오가는 중국인 사업가 자오둥롄 씨(52·여)는 “처음엔 전쟁 위협 때문에 망설였는데 자주 와서 보니 상하이보다 기후와 치안이 훨씬 좋다”며 “부산은 파란 바다가 바로 보이고 도심과 관광지를 모두 끼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든다”고 말했다.

○ 제주 454건 vs 인천·평창·여수 0건

부산 외에 투자이민이 가장 활발한 곳은 제주다. 지금까지 454건, 29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투자이민제를 통해 이뤄졌다. F-2 비자를 받아 제주에 정착한 투자이민자는 194명이나 된다. 중국인이 90%이며 동남아, 미국 출신도 있다.

제주 제주시 한림읍에 들어선 고급리조트 ‘라온 프라이빗타운’은 지난해 분양물량 700가구 중 약 250가구를 중국인이 사들였다. 최근 분양을 시작한 934가구도 40% 이상이 중국인 손에 넘어갔다. 이 회사 박형석 상무는 “투자이민 적용을 받는 5억 원 이상의 대형 평형은 중국인이 몰리며 가장 먼저 분양이 끝났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투자이민을 겨냥해 분양에 나선 업체가 많아 투자이민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돼 가지만 실적이 하나도 없다. 특히 인천 영종지구 리조트와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는 지난달부터 투자 기준금액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알펜시아 관계자는 “조건을 완화해도 문의가 없다”며 “부산, 제주보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기후가 상대적으로 나쁘기 때문인데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제주는 1명이 콘도 1실을 소유할 수 있지만 인천은 5명이 회원제로 콘도 1실을 분양 받아야 한다”며 “돈 많은 중국인에게 매력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경기 전반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투자이민제를 활용해 해외자본의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며 “투자이민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 늘리는 동시에 투자지역과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동산 투자이민제 ::

외국인이 국내 호텔·콘도·별장·펜션 등 휴양시설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거주비자(F-2)를 주고, 5년 뒤 영주권(F-5)을 부여하는 제도다. 외국인 투자를 늘려 지역경제 및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2010년 2월 제주를 시작으로 강원 평창, 전남 여수, 인천 영종지구 등에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지난달 20일 부산의 ‘해운대관광리조트’(일반호텔 561실, 7억 원 이상)와 ‘동부산관광단지’(호텔·콘도, 5억 원 이상)가 새롭게 지정됐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부산#해운대#투자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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