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 New]여름엔 영감보다 냉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 기능성 소재 ‘쿨맥스’ 개발-생산 현장

인비스타코리아의 오득환 이사(오른쪽)가 쿨맥스를 사용한 코오롱스포츠의 아웃도어 의류를 살펴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인비스타코리아의 오득환 이사(오른쪽)가 쿨맥스를 사용한 코오롱스포츠의 아웃도어 의류를 살펴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의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트레이드타워에 자리 잡은 인비스타코리아 사무실은 가끔씩 부채질을 하지 않으면 참기 어려울 정도로 후텁지근했다.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이 여름철 냉방 온도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비스타코리아 직원들의 표정은 바깥 날씨만큼이나 밝아 보였다.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건물과 기업이 늘어날수록 이 회사의 매출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여름철이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고 아열대 기후처럼 무더워지는 양상을 띠면서 기능성 냉감 소재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인비스타는 땀을 흡수하고 빨리 마르게 한다는 ‘흡한 속건’ 소재의 대표주자 ‘쿨맥스’를 개발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다.

○ 뜨거워지는 냉감 소재 시장

1986년 개발된 쿨맥스는 세계 최초의 ‘흡한 속건’ 소재로 주로 프리미엄 브랜드에 납품된다.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인 한국 시장에선 코오롱스포츠 노스페이스 K2 빈폴아웃도어 등 메이저 업체들이 파트너사다.

쿨맥스의 올해 1∼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었다. 기후 변화로 기능성 소재의 수요가 아웃도어나 스포츠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 매출 증가의 원인 중 하나다.

김형진 인비스타코리아 지사장은 “이상고온으로 여름철이 더욱 더워지는 것과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어반 아웃도어’로 아웃도어 시장의 트렌드가 확대되는 것이 쿨맥스 소재의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비스타는 최근 실의 굵기가 40데니어인 쿨맥스 신제품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였다. 데니어는 1g의 실을 9000m 길이로 늘렸을 때를 나타내는 단위로, 수치가 높아질수록 무겁다는 뜻이다. 기존의 50데니어 제품에 비해 부드럽고 가볍다. 개발 단계부터 ‘착용감을 보완해 달라’는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반영했다. 오득환 인비스타코리아 이사는 “약 6개월 동안 본사를 설득했다”며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본사도 판단해 개발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쿨맥스 소재가 시원한 효과를 내는 비밀은 섬유의 구조에 있다. 원사를 뽑아낼 때 4개의 움푹한 통로(채널)를 만든다. 확대해보면 마치 작은 눈사람이나 숫자 ‘8’처럼 생긴 섬유 조직이 보인다. ‘4 채널’로 불리는 이 조직은 일반 면 소재에 비해 표면적을 20%가량 넓혀준다. 또 서로 촘촘히 얽혀 모세관 효과를 내면서 땀의 배출을 촉진한다.

오 이사는 왼쪽은 쿨맥스 소재를, 오른쪽은 면 소재를 쓴 티셔츠를 입고 달리기를 했을 때 체온 변화를 비교하는 테스트 결과를 보여줬다. 면 소재를 입은 오른쪽은 출발 당시보다 체온이 올라간 데 반해, 왼쪽은 땀이 배출되면서 체온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됐다.

쿨맥스가 가장 최근 개발한 제품은 ‘쿨맥스 올 시즌’이다. 땀을 빨리 배출할 뿐 아니라 땀이 식은 후 일시적으로 춥게 느껴지는 것도 막아주는 소재로 속옷에도 적용할 수 있다. 쿨맥스 소재는 이처럼 보다 ‘은밀한’ 영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 ‘냉각’ 아닌 ‘냉감’…오해마세요

최근에는 아웃도어 업체가 자체적으로 냉감 소재를 개발하기도 한다. 컬럼비아스포츠웨어컴퍼니는 이번 시즌부터 냉감 기술을 접목한 ‘옴니프리즈 제로’를 선보였다. 이 제품의 핵심은 작은 파란색 동그라미 모양의 ‘블루링’이다. 이 블루링은 땀을 만나면 입체적으로 부풀어 오르는데 이때 주변의 열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옷감의 온도가 낮아지게 된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 만드는 ‘쿨론’은 국내 냉감 기능성 원사 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코오롱은 최근 실크처럼 부드러운 초극세사 냉감 섬유 ‘로젤’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1998년 국내 최초의 흡한 속건 소재 ‘에어로쿨’을 선보인 효성은 2010년 기존의 폴리에스테르 소재가 아닌 나일론으로 냉감 효과를 내는 ‘아쿠아 X’ 원사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섬유 및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냉감 소재가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상 체온을 유지하도록 열기를 쉽게 배출하거나 피부가 시원하게 느끼게 하는 ‘냉감’ 효과가 있는 것이지 냉장고에 들어간 것 같은 냉각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종민 코오롱등산학교 부장은 “면 같은 일반 직물은 땀을 신속하게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온을 오히려 상승시킨다”며 “기능성 소재로 된 의류 안에 면 속옷을 입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쿨맥스#여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