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모레 이 입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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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냉키 20일 오전 3시반 회견… 5월 출구전략 시사 이후 경제 요동
전문가 “불안 해소시킬 메시지 기대”… 한쪽선 “양적완화 규모 축소” 전망도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세계 경제의 이목이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있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에게 집중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18, 19일(현지 시간)에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 쇼크에 빠진 금융시장을 진정시킬 만한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이 어떤 발언을 하든 한국 등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18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19일 오후 2시 반경(한국 시간 20일 오전 3시 반경) 기자회견을 연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날 나올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하반기 세계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아시아 신흥국들의 증시 추락, 미국의 채권금리 급등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지난달 22일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당시 버냉키 의장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상황이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 자산매입(양적완화)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해 미국이 조기에 출구전략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강화됐던 것. 이후 20여 일간 세계 각국의 증시가 폭락하면서 글로벌 증시에서 사라진 자금만 3조 달러(약 3380조 원)에 이른다.

경제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19일 기자회견에서 출구전략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상당기간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재정지출 자동감축(시퀘스터)의 여파로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FRB가 조기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내년 1월 FRB 의장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인 버냉키 의장이 미국 경제의 회복에 부담이 될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미국의 경기지표는 버냉키 의장이 밝힌 ‘양적완화 중단의 조건’과 실제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12월 버냉키 의장은 실업률 6.5% 이하, 소비자 물가 상승률 2.5% 이상일 때까지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5월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7.6%,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7% 수준이다. 이달 14일 미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낮춘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경기 회복세를 지지하기 위해 FRB가 최소한 올해 말까지 양적완화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번에 버냉키 의장이 단계적인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시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게 나온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6월 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 축소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판단을 내릴 시기는 다가오고 있다”며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시기는 9월이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과 HSBC, 바클레이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9월부터 양적완화 규모 축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계속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양적완화 이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던 신흥국 증시 및 채권시장의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한국 등 신흥국의 기업,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 경기 회복세를 늦출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17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미국이 당장 출구전략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양적완화는 종료되는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외채관리 강화와 함께 필요할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 등으로 금융안정망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세계경제#버냉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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