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선호 1위는?… 서울도 전주도 아닌 대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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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남녀 3338명 설문 ‘한국인 푸드 라이프스타일’

전국 남녀 3338명 설문 ‘한국인 푸드 라이프스타일’
우리나라에서 ‘먹는 즐거움과 음식의 맛’에 가장 관심이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 ‘남도의 맛’을 자랑하는 전남?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인 전주가 있는 전북? 아니면 서울?

결과는 의외였다. 식도락을 가장 추구하는 지역은 대전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최근 3개월 동안 제주를 제외한 전국 13∼69세 남녀 333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1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대전은 ‘먹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먹는 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영양보다 맛이 더 중요하다’와 같은 문항에 긍정적(‘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으로 답한 사람의 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충북은 2위, 인천은 3위를 차지했고 서울(4위)과 전남(5위)이 그 뒤를 이었다. 전북은 11위에 머물렀으며 대구와 경북은 각각 15위와 14위에 그쳤다.

○ 외식 가장 많이 하는 울산

대전 사람들은 ‘음식의 생산지를 신경 쓴다’(48.3%) 또는 ‘새로운 음료나 식품이 나오면 사 먹어 본다’(37.6%) 같은 항목에서도 긍정 응답의 비율이 전국 평균(각각 44.4%, 30.3%)보다 높았다. 충북은 ‘먹는 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69.1%)에서, 인천은 ‘먹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84.1%)에서 긍정응답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대전 사람들은 왜 식도락에 이토록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한국음식 연구가인 한영용 청운대 겸임교수는 “대전은 전통음식이 많이 발달하지 않은 곳”이라며 “그런 ‘결핍 상황’에서 사는 사람들이 편리한 교통 덕분에 다른 지역의 다양한 음식을 접하면서 식도락 관련 욕구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식도락에 대한 관심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 교수는 “영남지방도 전통음식이 많지 않지만 산지(山地)가 많아 지리적 개방성이 낮다는 점에서 대전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재료의 종류가 제한적인 데다 검소한 유교문화의 영향도 있어 음식문화가 소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구지역은 ‘먹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에 대한 긍정응답률이 57.0%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음식의 생산지를 신경 쓴다’는 항목도 32.2%만 긍정적으로 답해 전국 최저였다.

서울은 여러 지역 출신들이 모인 도시답게 대부분의 수치가 평균에 가까웠다. 그러나 큰 회사 제품을 신뢰하고(60.0%), 유통기한을 확인한다(72.2%)는 항목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의 긍정응답률을 보였다.

외식을 많이 하는 지역은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울산이었다. 울산시민들은 최근 석 달간 패밀리레스토랑 6.3회, 피자 전문점 6.0회, 아이스크림 전문점 6.4회, 커피 전문점을 5.0회 이용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빈도가 높았다. 김기주 한국리서치 이사는 “울산은 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 대기업 공장이 몰려 있는 곳”이라며 “바쁘지만 상대적으로 수입이 넉넉한 근로자들이 외식을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 과자 살 때 건강보다 맛 중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외식 메뉴는 치킨이었다. 최근 3개월 동안 한 번 이상 치킨 전문점을 찾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73.4%나 됐다. 피자전문점(54.6%), 패스트푸드점(52.3%)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모두 50%를 넘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맛이 서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떡 전문점을 이용한 소비자는 5.4%에 그쳤다.

커피 전문점을 자주 이용하는 세대는 20대였지만 커피 전문점을 찾는 빈도가 높은 ‘헤비 유저’가 많은 연령대는 50대 이상이었다. 커피 전문점을 찾는 50대 이상 고객들은 석 달 동안 4.9회 방문해 20대(3.7회)를 앞섰다. 서울 강남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이은정 씨(23)는 “오전 10시에서 낮 12시까지는 젊은 사람들보다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더 많다”며 “깨끗한 분위기에서 오래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모임 장소로 많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설문 응답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커피전문점은 카페베네였다. 이어 엔제리너스가 2위, 스타벅스가 3위에 올랐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3월 말 기준 카페베네의 전국 매장 수는 850여 개로 엔제리너스(824개)나 스타벅스(503개)보다 많기 때문에 접근성 면에서 더 유리한 점이 있다”고 했다.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등 중부지방에서는 카페베네가 1위였고 부산, 대구, 광주, 경북 등 남부지방에선 엔제리너스가 1위였다.

한편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식을 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맛, 건강, 가격을 순서대로 꼽았다. 그러나 품목별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식료품을 살 때는 맛(29.3%)과 건강(19.3%)을 함께 고려한다는 응답이 많았고 과자(맛 53.6%, 건강 6.7%)나 음료(맛 46.1%, 건강 10.1%)는 맛을 첫째로 친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정지영·문권모 기자 jjy2011@donga.com
#식도락#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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