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특근 석달만에 재개… 현대車 활기찾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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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2, 4, 5공장 하루 3050대 추가 생산… 밀린 주문량 일부 해소

현대자동차 완성차 조립라인인 울산2, 4, 5공장이 3월 초 이후 12주 만인 25일 휴일 특근을 재개했다. 그러나 회사 측과 노조원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탓에 이날 사진 촬영은 불가능했다. 사진은 최근 울산4공장에서 촬영된 맥스크루즈의 조립 과정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완성차 조립라인인 울산2, 4, 5공장이 3월 초 이후 12주 만인 25일 휴일 특근을 재개했다. 그러나 회사 측과 노조원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탓에 이날 사진 촬영은 불가능했다. 사진은 최근 울산4공장에서 촬영된 맥스크루즈의 조립 과정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목표 344대, 투입 330대, 사인오프(조립 후 최종 확인 완료) 306대, 가동률 96%.’

25일 오후 6시경 현대자동차 울산4공장 42라인의 전광판에 나타난 글귀다. 42라인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맥스크루즈’와 승합차 ‘스타렉스’를 함께 생산한다. 토요일 현대차의 완성차 조립라인 전광판에 ‘0’이 아닌 숫자가 뜬 것은 3월 초 이후 12주 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특근 재개 결정으로 일부 결원이 생긴 것을 감안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며 “밀려 있던 주문량을 이제야 일부 소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 모처럼 활기 넘치는 공장

현대차 노조는 3월 초 근무방식이 주간 2교대제로 바뀐 뒤 휴일 특근을 거부해 왔다. 특근 형태와 수당 문제에서 생긴 노사 간 이견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노사 합의가 이뤄졌지만 공장별 노조 대표들이 합의 내용에 반발해 특근 재개는 또다시 미뤄졌다. 엔진과 변속기 등을 제조하는 4개 부품·소재 공장은 11일부터 휴일 특근을 시작했지만 정작 완성차를 만드는 조립라인은 휴일마다 멈춰 섰다. 주문이 40만 대 가까이 밀려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휴일특근 거부는 출고 지연에 따른 매출액 피해(회사 추산 약 1조6000억 원)로 이어졌다. 각 공장의 노조 대표들도 속이 편치만은 않았다. 임금 손실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결국 울산의 2, 4, 5공장 대표들은 특근 재개를 선언했다.

석 달 만에 휴일 특근에 나선 생산직 근로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42라인 직원들은 저마다 바쁜 손놀림으로 부품 모듈을 끼우고 나사를 조였다. 복도엔 부품 운반용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조립공장 의장(차체에 자동차부품을 설치하는 공정) 라인의 활기는 부품 생산 공장으로 옮겨졌다. 시트공장 근로자인 임모 씨(52)는 “업무 협의차 2공장에 갔더니 모두들 예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더라”며 “완성차 라인에서 빨리 자동차를 만들어야 자재를 대주는 쪽도 신바람이 난다”고 전했다.

생산직 직원들이 일하러 나오자 사내버스 운전자 36명도 전원 출근했다. 구내 62호 버스를 운행하는 김효경 씨는 “어제 전원 출근하라는 통보를 들었다”며 “공장 사람들도 오랜만에 특근수당을 받아 좋고, 우리도 하루라도 더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이날 3개 완성차 공장의 특근 재개로 하루 3050대의 자동차가 추가로 생산돼 심각한 공급 부족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밝혔다.

○ 일부 공장은 여전히 암흑 속

같은 시간 울산1공장과 3공장은 암흑천지였다. 수출용 ‘아반떼’를 주로 생산하는 31라인 전광판에는 목표대수, 투입대수, 가동률 모두 ‘0’이 표시돼 있었다. 차체 이송장치는 반쯤 만들다 만 자동차를 움켜쥔 채 멈춰 있었다. 타이어 장착 공정이 이뤄지는 곳에만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생산관리 기술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석 달간 휴일 특근을 못해 1인당 수당 250만 원 안팎을 손해 본 조합원들은 또다시 특근이 미뤄지자 불만을 토로했다. 생산관리부 직원은 “1, 3공장 일부 생산직원이 ‘특근을 하는 다른 공장에 결원이 생기면 내가 몰래 지원을 나갈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울산1, 3공장과 충남 아산공장의 노조 대표들은 다음 주초 다시 한 번 특근 재개를 논의할 예정이다.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짐에 따라 이 공장들도 다음 달 초부터는 특근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울산공장 생산관리1부 성병조 과장은 “특근 재개가 늦어져 해외 경쟁업체에 물량을 모두 뺏기고 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며 “회사도 노조도 우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임·단협 앞두고 또 긴장

일부 공장의 휴일 특근이 재개되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현대차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생산직과 관리직 가릴 것 없이 외부인의 공장 출입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인터뷰 요청에는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생산직들은 특근과 관련한 노조의 요구조건을 비판하는 외부 시선을 부담스러워하고, 관리직들은 힘겹게 재개된 특근이 또다시 어그러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노사는 28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위한 첫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예년에는 5월 초·중순에 첫 만남이 이뤄졌다. 그러나 올해는 휴일특근 문제로 2, 3주 늦어졌다. 노사문제 해결의 ‘구원투수’로 지난달 현업에 복귀한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담당 부회장은 이번 협상을 앞두고 ‘원칙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노조도 9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조합원들의 표를 의식한 강성 발언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임·단협이 타결되기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울산=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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