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도 소득 양극화 심화… OECD-IMF “세계경제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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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로 복지비용 축소-실업난 가중… 부익부 빈익빈 확대

부익부 빈익빈 확대… 세계 경제회복 새 복병으로
개발도상국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소득 양극화가 선진국 경제에서도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잇달아 겪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이 복지비를 대폭 줄인 데다 실업난까지 가중돼 부유층과 빈곤층 간 소득 및 자산 격차가 눈에 띄게 커지면서 양극화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국면에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성장 동력을 잃고 흔들리는 세계 경제의 회복 또한 더욱 느려질 것으로 보인다.

○ 세계 경제의 새로운 복병 ‘선진국 양극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5일 보고서를 통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OECD 가입 33개 선진국의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7년에는 OECD 가입국 소득 상위 10%의 부(富)가 하위 10%의 9배였지만 3년 만에 이 수치가 9.5배로 늘어났다. OECD는 이 기간에 소득불평등이 특히 심화된 나라로 미국 멕시코 칠레 터키 등을 꼽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훌륭한 복지체계와 낮은 빈부격차를 자랑했던 북유럽 국가에서도 소득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OECD는 1995년 4%였던 스웨덴의 빈곤율이 2010년 9%로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핀란드와 룩셈부르크의 빈곤율도 2%포인트 이상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가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행한 연설에서 선진국의 빈부격차 심화를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2011년 기준 미국의 소득 상위 1%가 전체 세전 수입의 18%를 차지하고 있다”며 “25년 전 이 비율이 8%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득불균형 확대가 세계 정책 당국에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선진국 경제가 회생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유로존 침체, 미국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파장이 예상보다 더 크다”며 “세계 경제가 가까운 시일 안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미국, 금융위기 뒤 빈부·인종 간 소득격차 확대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화된 선진국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퓨 리서치센터가 4월 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소득 상위 7% 가구의 순자산은 28% 늘었으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93% 가구의 재산은 4% 줄었다. 이에 따라 상위 7% 부유층의 재산은 2009년 일반 가구 자산의 18배였으나 2011년에는 24배로 늘었다.

소득 분배의 불공평 정도를 반영하는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소득불평등이 심함)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지니계수는 1967년 0.397이었지만 2011년 0.477로 20.2% 상승했다. 2011년 수치는 중국 마다가스카르와 비슷한 수준이다.

리처드 프라이 퓨 리서치센터 이사는 “미국이 ‘두 개의 미국’으로 갈라져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났다”며 “빈부격차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종 간 소득격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미국 백인 가정은 흑인 및 히스패닉 가정보다 4배가량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었으나 2010년에는 그 격차가 6배로 늘었다. 금융위기 때 자산을 잃은 규모도 다르다. 백인 가정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자산의 11%가량을 잃었지만 흑인(31%), 히스패닉 가정(44%)은 손실 정도가 더 컸다.

전문가들은 소수인종이 백인에 비해 총자산에서 집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부동산 가격 폭락에 더 민감한 영향을 받은 데다 금융위기 직전 집값이 최고조였을 때 ‘상투’를 잡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토머스 사피로 미국 자산사회정책연구소(IASP) 소장은 “미국 내 인종 간 소득불평등의 최대 요인은 주택 보유 여부”라며 “백인이 흑인보다 주택 구입 시 필요한 돈을 구하기 쉽기 때문에 주택 보유 시기가 빨라졌고 그만큼 집값 상승분도 컸으며 상투를 잡을 확률도 줄었다”고 진단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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