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득? 중간도 안된다” 절반 이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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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 씨(39)는 자신이 가난하다고 늘 생각한다. 4인 가족의 가장으로 홀로 번다. 월급은 500여만 원. 연간으로 치면 6000만 원이나 된다. 하지만 김 씨는 "주변 사람을 보면 모두 많이 번다. 나는 중간에도 끼지 못한다"며 절망한다. 매주 로또 복권을 사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다.

이처럼 자신의 소득이 국내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가구가 10곳 중 6곳을 넘는다. 저소득층으로 분류되지 않은 가구의 절반가량이 자신의 소득수준을 실제보다 더 낮게 생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12년 한국복지패널 기초 분석보고서'를 통해 "소득 수준이 국내 평균 수준 이하라고 생각하는 가구가 61.8%에 달한다"고 밝혔다. 2011년 한 해 동안 전국 5732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7차 한국복지패널 조사를 기반으로 했다.

소득 수준을 5단계(상, 중상, 중, 중하, 하)로 나눈 후 자신이 속한 집단을 고르라는 질문에 전체의 24.5%가 '하'라고 답했다. '중하'라는 응답은 37.3%, '중'이라는 답변은 33.8%였다. '중상'(4.1%)과 '상'(0.3%)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중 실제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가구'인데도 중간 이하라고 답한 비율이 53%나 됐다(중하 39.4%, 하 13.6%). 소득이 조사 대상의 중위값(전체에서 딱 중간 값)의 60% 이상이면 일반 가구로, 미만이면 저소득 가구로 분류했다. 저소득으로 분류된 가구에서 '중하', 혹은 '하'라고 답한 비율은 88.6%였다(중하 30.7%, 하 57.9%).

나라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았다. "1년 전(2010년)보다 경제 상황이 나아졌는가"란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가구는 9.2%에 불과했다. 비슷하다는 의견이 25.1%에 그쳤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응답은 65.8%나 됐다.

취업 상황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가 긍정적 견해를 3배 이상 앞섰다. "취업 상황이 1년 전보다 좋아졌다"는 견해는 8.6%에 그쳤다. 나빠졌다는 응답은 27.4%를 차지했다. 비슷하다고 말한 가구가 74%였다.

한국 사회의 공정성 및 통합에 대해서는 불신의 정도가 꽤 높았다. "우리 사회가 공정해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50.9%)이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과거와 비슷하다는 의견은 40.6%, 나아졌다는 의견은 9.4%에 불과했다. 사회 통합에 대해서도 나빠졌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50.4%)을 차지했다. 비슷하다는 대답은 42.3%, 나아졌다는 의견은 7.3%였다.

하지만 시민의식 수준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민의식 수준이 나아졌다"는 견해(40.0%)와 비슷하다는 생각(41.4%)를 차지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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