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한미 FTA 발효 1년… 한국선 ‘잊혀진 돌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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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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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경제부 기자
문병기 경제부 기자
지난해 3월 15일 0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한국 정부가 협상 로드맵을 내놓은 지 9년 만이었다.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지만 세계 최대 시장과 무역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날이 틀림없다.

이달 12일 미국에서는 외교·경제 분야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미경제연구소(KEI)가 공동 주최하는 한미 FTA 1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막판 협상을 진두지휘했던 캐런 바티아 제너럴일렉트릭(GE) 부회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자문을 맡았던 매슈 굿맨 전 국무부 선임고문,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 등 FTA 협상에 간여한 ‘역전의 용사’들이 모두 참석한다. 미국상공회의소(USCC)도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참여하는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한미 FTA 1주년을 코앞에 두고도 관련 행사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15일 무역협회가 주최하는 ‘원산지 사후검증 대응전략’ 세미나가 유일한 한미 FTA 관련 행사. 하지만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는 참여할 계획이 없다.

한미 FTA를 둘러싼 양국의 온도차는 일각의 주장처럼 한미 FTA의 균형추가 미국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기 때문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이 전년도보다 1.3% 줄어드는 동안 대미(對美) 수출은 오히려 4.1% 늘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한국경제에 대미 수출이 톡톡히 버팀목 역할을 한 것을 한미 FTA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한미 FTA 1주년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탓이 크다. 정치권의 양보 없는 대결 속에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한미 FTA 1년의 성과를 따져보고 대안을 찾는 절차들마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한미 FTA와 관련한 숙제들이 쌓여가고 있다. 통상 당국은 당초 한미 FTA 1주년을 맞아 열기로 했던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한미 FTA의 핵심 사안이던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위원회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도 진척이 없다. 지난해 말 ISD 재협상과 관련한 민관 태스크포스(TF)의 활동이 종료됐지만 정부는 아직 재협상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미 FTA 이행법안에 서명하며 “이제 우리는 세계 최대 시장을 열고 들어가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 FTA로 열어젖힌 미국 시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아직 남아 있는 과제다. 정부의 시계(時計)가 멈춘 지금도 세계경제는 나름의 국익을 찾아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새 정부와 정치권이 잊지 않길 바란다.

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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