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MA]“글로벌 가상재화 공동시장을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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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WC 기조연설 나선 이석채 KT 회장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이동통신 월드컵’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3’에서 한국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쓰고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보편화한 나라로 유명해서이지만, 높은 투자비용에 낮은 수익성 등 세계 통신사들이 겪을 문제 또한 가장 앞서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통신사들은 앞 다퉈 한국 CEO들을 초청해 경험과 노하우를 듣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MWC의 기조연설도 맡았으며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이 회장과 함께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GSMA) 이사회에 초청받아 세계 통신사 CEO들을 만나며 바쁜 일정을 이어갔다. 》

24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GSMA 원탁회의가 열렸다. GSMA 회원사 중 매출과 가입자 수가 많은 상위 12개 사업자 CEO들만 참석하는 회의다. 아시아에서 이 원탁회의에 참여하는 통신사는 중국의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 인도의 바티가 전부다. 이들을 포함한 12개 통신사는 모두 가입자가 1억 명이 넘는다.

이 자리에 KT의 이석채 회장이 특별 초청됐다. 가입자가 약 1600만 명에 그치는 KT는 규모에서 이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GSMA는 이 회장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었다. 26일에는 아예 GSMA가 주관하는 ‘MWC 2013’ 행사 둘째 날의 기조연설도 맡겼다. 이 회장의 ‘치열한 경험’을 듣기 위해서였다.

○ 한국의 고통을 벤치마킹

이 회장은 GSMA 원탁회의와 MWC 기조연설을 통해 KT의 어려웠던 과거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전통적 이동통신망에서 모바일 브로드밴드(초고속 이동통신망)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에는 통신사업의 비중과 가치가 갈수록 줄어든다”고 말했다. 과거 통신사들이 통신선만 깔고 매달 사용료를 받으며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장사하던 시기는 끝났으며, 이젠 막대한 돈을 들여 통신선을 깔아도 그 사용료는 엉뚱한 기업들이 가져가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는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무선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통신사업이 통신사보다 더 사랑받는다”며 “지난 4년간 이동통신망에 4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통신사의 수익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그가 카카오톡을 거론한 것은 비판하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그는 “이런 사업자들의 등장은 시대적 흐름이고 통신사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을 KT가 가장 먼저 깨달으면서 KT의 변화도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기조연설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통신사가 담배회사 다음으로 소비자들이 싫어하는 회사란 걸 아느냐”며 “중요한 건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많은 통신사가 기존의 이익을 지키려 하지만 KT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며 “그것이 바로 가상재화 시장으로의 진출”이라고 밝혔다. 가상재화란 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과 게임은 물론이고 음악, 영화, 방송, 출판 콘텐츠 등 디지털 형태의 무형상품을 말한다.

이 회장은 세계 통신사들에 “치열하게 투쟁해 새로운 성장산업을 발굴한 KT의 오늘 모습은 곧 글로벌 통신회사들이 직면하게 될 미래”라며 “이런 시장을 함께 만들기 위해 글로벌 가상재화 공동마켓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과거 세계 통신사들이 공동 앱스토어(WAC)를 만들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계속 실험하고 도전하면서 작은 성공사례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 경쟁과 원칙

이 회장은 이런 식으로 사랑받는 사업을 위해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에만 의존하는 현실을 벗어나 적어도 4, 5개 스마트폰 운영체제(OS)가 경쟁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너무 커버린 애플과 구글 탓에 다른 회사는 움직일 틈조차 없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WC 기간 유럽 통신사 텔레포니카 등과 함께 개방형으로 무료 보급되는 ‘파이어폭스 OS’ 지원을 선언했고 가입자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통신사에 ‘타이젠 OS’를 지원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세계 통신시장 진출을 위한 정부의 뚜렷한 원칙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술을 (방송통신)위원회가 관장하는 것은 국가에 손해”라면서 “합의제가 아닌 독임제 부처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에 거는 기대였다.

이 회장은 MWC 참석에 앞서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글로벌 통신사들이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해 그들에게 유리한 수익성 관행을 포기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로밍 요금인데 해외를 여행하는 소비자에게 엄청난 요금을 물리는 나쁜 방식이란 얘기였다.

바르셀로나=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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