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성의 고맙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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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명절 만들기’ 캠페인… 선물반송센터 운영

“마음만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의 문서수발실 한쪽 벽에 ‘선물반송센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총무팀 직원들은 이날 배송된 우편물 외에도 택배상자를 분류하느라 평소보다 분주한 모습이었다. 설을 앞두고 협력업체에서 보내온 명절 선물을 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그룹 출범 당시 정몽구 회장이 ‘투명경영’을 선포한 뒤 협력업체로부터 선물이 들어오면 이를 총무팀에 신고하고 반납하는 내부 규정을 만들었다. 이후 문서수발실에 선물반송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설을 맞아 소외된 이웃을 돕는 사회공헌활동 외에도 협력업체에서 보내온 선물을 돌려주는 윤리경영으로 ‘베푸는 문화’와 함께 ‘받지 않는 문화’ 확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포스코도 2003년 추석부터 선물반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선물반송센터를 통해 지금까지 반송 처리한 우편물은 1285건에 이른다. 포스코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 서울 문서수발실에 선물반송센터를 운영한다. 반송하는 선물에는 ‘마음만 받고 선물은 되돌려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반송 비용도 포스코가 부담한다. 보낸 사람이 불분명하거나 반송이 어려운 물품은 복지단체에 기증하거나 사내 경매에 부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기부한다.

현대중공업그룹 전 계열사는 1∼15일을 ‘선물 안 받고 안 주기’ 운동 강조기간으로 정했다. 3500여 개 협력업체에는 일체의 선물이나 금품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협조문을 보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 28일 시작해 15일까지 ‘깨끗한 명절 만들기’ 캠페인을 실시한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명의로 “선물을 보내지 말아 달라”는 협조문을 협력회사에 발송했으며 본사와 각 사업장에 선물반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명절 기간과 관계없이 무조건 100달러(약 10만9000원) 이하의 선물은 직원들 스스로 반송하도록 했다. 그 이상의 선물은 회사 측에 신고한 뒤 반송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삼성그룹과 LG그룹 역시 명절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협력업체로부터 일절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두 그룹은 별도의 선물반송센터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협력회사가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상생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거래 관계가 실현돼야 한다”며 “명절에 선물 안 받기 운동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진석·강홍구 기자 gene@donga.com
#대기업#명절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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