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최재헌 칼럼]원화 강세와 투자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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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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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강세, 한국경제 회복세·기업실적으로 이어져


새해 들어 대체로 양호한 글로벌 증시와 달리 국내 금융시장은 혼란스럽다. 그 이유는 환율 부담에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원화는 별다른 조정 없이 강세를 지속하며 달러 당 1050원 선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화는 약세로 돌아서서 최근 달러 당 92엔을 돌파하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 강세+엔 약세’ 조합은 우리나라의 수출 업종인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업종의 주가를 하락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은 일본과 경쟁관계이므로 이중고에 처한 셈이다.

원화 강세 자체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진입하길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달러 당 1100원 이상에서는 한국 주식을 살 때 주가 상승 뿐 아니라 환차익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1050원 대의 환율은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환차익 기대도 줄어든다. 일정 수준의 원화 강세는 주가 상승과 흐름을 같이 한다.

최근 환율은 변동성 요인에 그칠 것이며 방향성 이슈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 환율 변수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의 결과이지,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화 강세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줄고 한국경제에 대한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원화강세로 전환할 때 단기적으로 증시에 마찰적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길게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강세와 주가 강세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한국경제의 회복세와 양호한 기업실적을 따로 떼어 놓고 볼 수 없음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수출의 특징은 여전히 가격(환율) 민감도보다는 물량 민감도가 더 높다는 점이다. 원화 강세로 수출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글로벌 수요 회복에 따라 이러한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과거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다. ‘원 강세+엔 약세’가 나타나던 시기(2005년 1월∼2007년 7월)를 살펴보면, 원엔 환율은 강세 흐름을 보였지만 수출증가율은 평균 13.6%로 양호하게 유지됐다. 그 때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양호하게 유지되던 시기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고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엔화가 강세를 보이던 시기(2007년 7월∼2012년 1월)에는 오히려 수출증가율이 평균 12.5%로 엔 약세 시기보다 낮다.

장기적으로 우려할 요인은 아니더라도 단기적으로 환율로 인한 변동성이 나타나는 구간에서는 수출주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원화 강세의 혜택를 받을 업종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

원화 강세 때는 내수주 가운데 은행과 같은 금융주도 수혜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진정한 수혜주라고 보기는 어렵다. 직접 혜택을 받을 업종은 수출 비중이 낮고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업종(음식료, 에너지, 제지 등)이나 외화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업종(항공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달러화 구매력 증가로 수혜가 예상되는 여행·레저 업종도 눈여겨볼 만하다.

원화 강세에 따른 한국 수출주의 가격경쟁력 약화는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극복이 가능한 변수다. 환율 변동에 대한 두려움으로 단기적 관점에서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바라보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투자자문팀 이사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투자자문팀 이사
비가 올 때는 잠시 처마 밑에 피해 있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투자의 바다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눈앞의 파도는 물론 훨씬 멀리 있는 목적지를 바라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는 게 현명한 투자 자세일 것이다.

최재헌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투자자문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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