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디지털]“내 게임 만들고 싶다” 1인개발 1년만에 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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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게임 ‘언데드 슬레이어’ 성공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가 1년여 동안 혼자 만든 모바일게임 ‘언데드 슬레이어’의 이미지를 태블릿PC 화면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는 “1인 개발자라는 타이틀보다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NHN한게임 제공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가 1년여 동안 혼자 만든 모바일게임 ‘언데드 슬레이어’의 이미지를 태블릿PC 화면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는 “1인 개발자라는 타이틀보다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NHN한게임 제공
“김동규 씨 맞나요?”

지난해 5월 경기 성남시 정자동 NHN 사옥 1층 로비. NHN한게임 직원이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35)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그의 모습이 업무 때문에 찾아온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아서였다. 아무리 자유분방함이 허용되는 게임업계라지만 편해도 너무 편한 옷차림이었다.

회의실에 들어선 김 대표는 자신이 만든 게임을 시연해보인 뒤 스마트폰 두 대를 내놓으며 “직접 해보라”고 권했다. ‘리니지’나 ‘디아블로’처럼 주인공이 적들과 싸우며 미션을 달성하는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었다.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같은 퍼즐게임이나 슈팅게임에 비해 스토리와 디자인, 그래픽 작업이 정교해 만들기 어렵다.

스마트폰을 만지던 퍼블리싱(배급) 담당 직원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래픽과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았고 캐릭터의 움직임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봅시다. 이 정도라면 한 10명은 달라붙어야 하는데…. 이걸 모두 혼자 만들었다고요?”(한게임 관계자)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김 대표)

한게임 직원들은 “당장 계약하자”고 했다. “다른 업체들도 만나봐야 하는데…”라며 즉답을 피하는 김 대표를 한게임 측은 며칠간 설득해 배급권을 손에 넣었다. 김 대표 혼자서 1년여 동안 만든 모바일게임 ‘언데드 슬레이어’가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 ‘내 게임 만들고 싶다’며 프로그램 독학

김 대표가 게임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 3월부터다. 당시 고려대 건축공학과 4학년이던 그는 내로라하던 건설업체와 설계사무소를 마다하고 조그만 게임회사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상도 여러 번 받을 만큼 재능도 남달랐지만 건설 쪽 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게임회사에서 디자이너로 보낸 시간은 김 대표에게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가 그린 캐릭터와 배경들은 곧 한 편의 게임으로 완성됐다. 하지만 갈수록 ‘내 취향에 맞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갔다.

2010년 6월 다니던 회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손수 게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액션 역할수행게임으로 잡았다. 퍼즐, 슈팅게임처럼 많은 사람이 뛰어드는 장르보다는 자신의 경쟁력을 드러낼 수 있는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다. 스토리는 소설 ‘삼국지’를 모티브로 삼았다.

주변 사람들은 “괜한 고생은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우선 게임 제작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배웠다. 전 회사에서 어깨 너머로 본 게 도움이 됐다. 2011년 3월 다른 회사에 입사해 그래픽 총괄업무를 맡았지만 게임 제작에 몰두하기 위해 11월 퇴사했다.

게임 효과음도 홀로 만들었다. 맘에 드는 효과음은 사용권을 사야 했는데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김 대표는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혼자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리샤오룽(李小龍)을 흉내 내며 “얍” 소리를 내거나 “우어어”처럼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중얼거린 뒤 녹음파일에 담았다. 맘에 들지 않으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몇 번씩 고함을 질렀다.

2012년 5월이 되자 게임이 80%가량 완성됐다. 퍼블리싱 업체들을 찾아 나선 건 그때부터다. 편안한 복장으로 다니면서도 ‘게임의 완성도만 높으면 그만’이라며 자신했다. 결국 그는 한게임과 손을 잡았다.

○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권도 극찬

그 뒤로도 그래픽과 음향 등을 다듬는 데 반년가량을 보냈다. 지난해 9월 언론에 먼저 게임을 선보였다. 참석자들은 “이처럼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정말 혼자 만들었느냐”는 평가를 받았다. 극찬이었다.

지난해 12월 앱 장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게임을 공개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출시 열흘 만에 45만 명이 게임을 내려받았다. 이는 퍼즐게임이 주류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홍콩 등 8개국 앱 장터에 이 게임을 선보였다. 언데드 슬레이어는 이들 국가에서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김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혼자 만든 것 치고는 좋은 게임’으로 부각되기보다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1인 개발자 대신 좋은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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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엔데드 슬레이어#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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