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人 재창업지원 유명무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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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회복위 평가 까다로워 70%가 부결

사무용 가구를 납품하다 부도를 낸 40대 A 씨. 그는 지난해 8월 사업에 실패한 지 1년 만에 신용회복위원회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채무를 조정해주고 사업 자금도 최대 30억 원까지 빌려준다는 말에 곧 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첫 단계인 사업성 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터를 매입하고 공장을 짓는 데 24억 원을 쓰겠다는 계획이 문제였다. 사업을 정리할 때 공장과 땅을 모두 처분한 A 씨로서는 당연한 구상. 하지만 지원금의 80% 이상을 기초 설비에 투자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업종 자체의 수익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A 씨의 사례처럼 30억 원 이하의 빚을 진 중소기업인의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위원회와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신복위의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난해 4월 2일부터 12월 말까지 1000여 건의 문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 기간 실제 신청 건수는 65건에 그쳤다.

이는 음식업이나 숙박업은 지원 대상이 아닌데도 이를 모르고 상담하러 온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탈락한 경우는 46건으로 전체 신청 건수(65건)의 70%에 이르렀다. 15건은 지원이 승인됐고, 나머지 4건은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첫 단계를 통과하지 못했다. 재창업 지원을 신청하면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의 전문가들이 조사를 벌인다. 탈락자는 대부분 사업성 평가나 신용회복 지원 단계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심사 관계자들은 “과거에 실패한 사업을 고집하는 사람이 많고, 아이디어 수준의 사업 계획을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단계를 통과해도 또 다른 고비가 남아 있다. 신청인의 상당수가 여러 곳에 빚을 지고 있어 채권을 가진 금융회사 중 한 곳만 반대하면 채무 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2월 ‘연대보증 및 재기지원 제도 개선안‘을 내놓고 신복위에 재창업지원위원회를 설치해 실패한 기업인이 다시 일어설 기회를 마련했다. 지원이 결정된 중소기업인은 많게는 채무 원금의 50%와 이자 전액을 감면받는다. 또 재창업을 위해 시설·운영자금 용도로 최대 30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이번에 신청이 승인된 15명은 재창업을 위한 자금 14억8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1인당 1억 원꼴로 지원받은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담당 기관에서는 지나치게 깐깐하게 심사하는 측면이 있다”며 “관계 기관과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중소기업#신용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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