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가 뭐 이래!… 절반 이상이 원금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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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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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출범 1년 돌아보니

‘금융투기 세력.’ ‘돈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자금.’

‘헤지펀드’ 하면 먼저 떠오르는 말들이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한 지 1년을 맞았다. 수탁액 규모는 7배로 늘었지만 ‘새로운 시장 형성’ ‘금융기법의 진화’라는 기대를 안고 출범한 것에 비해서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 여전히 계열사 종잣돈으로 연명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는 총 19개, 수탁액은 1조 원을 조금 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6월 ‘스마트Q아비트라지전문사모투자신탁1호’를 설정하면서 8000억 원의 자금이 한꺼번에 늘었고 한동안 새 펀드 소식이 뜸하다 9월 들어 브레인자산운용이 19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으로 ‘브레인 백두 전문사모투자신탁1호’를 출범하며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12개 펀드 1490억 원으로 시작했던 것에 비하면 펀드 총규모는 6.7배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수탁액 1조 원은 해외 유명 헤지펀드들과 견주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규모다. 미국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트의 수탁액은 761억 달러(약 82조 원)로 한국 헤지펀드 수탁액을 전부 합친 것보다 80배 이상으로 많다.

더구나 헤지펀드 운용실력만 보고 돈을 맡긴 ‘진짜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수탁액 대부분은 펀드 운용사의 관계사나 종잣돈을 지원하는 프라임 브로커들에게서 나온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은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4대 연기금도 아직 헤지펀드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국형 헤지펀드의 실력을 좀 더 지켜보고 “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 뒤에야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인은 약 110명이 700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 펀드별 수익률 들쭉날쭉

헤지펀드 운용실력도 들쭉날쭉하다. 절반 이상(52.6%)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며 투자 원금을 까먹고 있다. 11월 29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에쿼티 헤지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 백두 전문사모투자신탁1호’가 8%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반면에 산은자산운용의 ‘KDB 파이오니어 롱숏 뉴트럴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11.13%의 손실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헤지펀드 3개 모두 플러스 수익률로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수익률이 낮아 펀드 하나를 청산하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더 좋은 수익률을 내려면 좀 더 다양한 자산에 다양한 전략으로 투자할 수 있어야 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의 운용전략은 해외 헤지펀드에 비해 단순하다. 대부분 국내 주식 롱숏(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파는) 전략에 의존할 뿐 해외시장 투자,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 기회를 활용하는 데는 미숙하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등 운용인력도 부족하다. 해외 헤지펀드는 회사당 애널리스트만 수십 명이지만 국내 헤지펀드 운용 전문인력은 현재 57명 수준이다. 이 중 미국 홍콩 등 해외에서 헤지펀드 운용경험을 지닌 전문가는 7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업계가 한국형 헤지펀드에 거는 기대는 작지 않다. 또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헤지펀드가 새 투자처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크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는 채권에 투자해 일부 수익을 냈지만 앞으로도 채권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라는 질문엔 쉽게 대답할 수 없다”며 “2∼3년 뒤면 시장에서 검증받은 헤지펀드가 대체 투자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헤지펀드 ::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사모펀드의 하나로 주식을 비롯해 부동산 원유 금 등 실물자산과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같은 다양한 대상에 투자해 시장의 등락에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다만 한국형 헤지펀드는 차입(레버리지)투자와 투자 대상에 제한이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헤지펀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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