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파할때 수입차 줄서고… 피부과엔 ‘젊은 맘’ 북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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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제주로? 요즘엔 학생도 제주로… 국제학교 효과로 달라진 제주도 가보니

19일 오후 4시 반 하교 시간이 가까워지자 한국국제학교(KIS) 앞에 학생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의 차량이 줄을 이었다. 아우디, 포르셰, BMW 같은 고급 수입자동차가 상당수였다. 서귀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19일 오후 4시 반 하교 시간이 가까워지자 한국국제학교(KIS) 앞에 학생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의 차량이 줄을 이었다. 아우디, 포르셰, BMW 같은 고급 수입자동차가 상당수였다. 서귀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제주 서귀포의 국제학교 ‘노스 런던 칼리지에이트 스쿨(NLCS) 제주’ 교문 바로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 ‘캐논스 빌리지’에서 전세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NLCS가 있는 영어교육도시 안의 유일한 주거단지인 이곳에 둥지를 틀려는 학부모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이승익 공인중개사협회 제주지부장은 “전세 물건을 기다리는 학부모가 많아 빈집이 나오는 족족 주인을 찾아간다”고 귀띔했다.

서울을 비롯한 육지는 불황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만 제주도는 불황 무풍지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비자 혜택과 아름다운 풍광에 이끌린 중국인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요인도 있지만 지난해 이후 차례로 개교한 국제학교 효과 때문이다. 1400명에 육박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제주에 자리 잡으면서 제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과거 제주에는 주말이나 휴가철에 관광객들이 몰렸다면 이제는 국제학교의 수준 높은 교육을 바라는 학생과 세계 7대 경관 중 한 곳에서 여유 있는 삶을 꿈꾸는 부모가 사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 제주를 불황 없는 섬으로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살던 주부 김모 씨(42)는 고민 끝에 지난해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을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한국국제학교(KIS)에 진학시켰다. 김 씨는 “처음엔 제주에 어떻게 적응할까 걱정했었는데 관광지가 아니라 주거지로서의 제주도 매력적”이라며 “골프 등 운동도 즐기고 주말이면 가족끼리 관광도 한다”고 전했다.

김 씨처럼 제주 국제학교에 아이들을 진학시킨 학부모들이 제주 소비의 핵심층으로 떠올랐다. 학부모들은 아침에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워 보낸 뒤 ‘맛집’도 찾아다니고 5일장을 구경하는 등 제주의 속살을 체험하며 소비에 나선다.

3개 국제학교 재학생 1387명 중 절반이 넘는 872명이 기숙사에서 거주하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김 씨 가족처럼 부모와 함께 생활한다.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의 부모도 주말이면 자녀를 보기 위해 제주도를 오간다. 아예 주말용 아파트를 사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제학교 학부모들의 영향으로 제주의 부동산시장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의 주거형 리조트 라온프라이빗타운은 분양 초기만 해도 고전했지만 영어교육도시에 가까운 이점을 살려 현재 85% 분양에 성공했다. 권용호 회원관리팀장은 “국제학교 학생을 둔 가정이 전체 가구의 10%가량”이라며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자녀를 만나기 위해 계약한 이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영어교육도시 내 단독주택용지도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관계자는 “1∼4차 단독주택용지 분양의 평균 경쟁률이 2.16 대 1”이라며 “현재 총 25필지를 5차 분양 중인데 국제학교 학부모의 문의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학생과 학부모를 뒤쫓아 학원도 따라왔다. 국제학교 학생들을 겨냥해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대비 과정 등을 앞세운 어학원이 속속 들어서면서 2010년 말 1022개이던 학원은 올해 10월 말 1058개로 늘었다. 제주시 노형동 G어학원 관계자는 “국제학교 학생들을 겨냥해 올해 4월 오픈했다”며 “국제학교 학생 반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전에 쉽게 볼 수 없었던 수입 자동차들도 섬 곳곳을 달리고 있다. 제주 수입차 구매대수(등록 기준)는 2011년 241대에서 올 들어 10월 말까지 3493대로 급증했다. 제주는 수입차 구매순위에서 지난해는 전국 16개 시도 중 최하위였지만 올해는 세종시를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광역시 중 7위로 뛰어올랐다. 제주시 연동의 한 수입차 판매업체 관계자는 “시장이 커나갈 여지가 많다”고 전했다.

유명한 피부과 의원인 ‘리더스 피부과’가 제주 의료관광객을 겨냥해 문을 연 라온프라이빗타운 내 L&B뷰티센터에는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이고 젊은 엄마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유혜경 L&B 실장은 “환자 중 국제학교 학부모를 비롯한 라온프라이빗타운 입주민이 반, 중국인이 반 정도”라며 “다른 대형 피부과들도 제주 분점 설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버팀목’

제주도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돈도 제주 경제 활성화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특히 2010년 2월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시작된 뒤 중국인들이 사들인 골프장과 리조트, 고급 빌라는 급증하는 추세다. 제주도 ‘외국인 토지 취득 현황’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땅은 총 144만2865m², 올 6월 말 기준으로는 180만2954m²에 이른다.

국제학교 자체도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을 흡수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국제학교의 외국인 학생 수는 NLCS 38명, 브랭섬홀 아시아(BHA) 12명 등 총 56명에 불과하지만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제주 국제학교를 주목한다는 얘기를 현지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제주도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 때문에 제주도의 단독주택용지나 리조트 매입을 고려하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인 학생을 중심으로 외국인 학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학교가 추가로 들어서면 제주의 ‘독자 경제권’ 성장은 더 가속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고태호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원은 “과거 육지에 불황이 닥치면 시차를 두고 제주에도 여파가 밀려왔다”며 “국제자유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관광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최근에는 육지의 영향력이 전보다 약해졌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제주로 간 ‘강남 엄마’, 1년 학비 4000만 원에도…

서귀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제주#국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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