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외국인들 “병원 치료 받으러 본국 가는 경우도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 외국인들 송도 살아보니

“겨우 영어가 통하는 동네 의원을 찾았어요.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이 아니라 몸에 심각한 이상신호가 온다면 종합병원을 가야 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병원 시설이나 의사들 개개인은 훌륭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예요.”

인천 영종도를 개발하는 미단시티개발의 영국인 직원 데이비드 무어 씨는 올해로 3년째 송도에 살고 있다. 그는 최근 감기 치료를 받으려다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의사를 찾을 때까지 겪은 과정에 이런 우려를 나타냈다.

무어 씨는 7세인 큰아들은 송도에 있는 채드윅 국제학교에, 5세인 작은아들은 송도의 한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학비가 좀 비싸긴 하지만 시설이나 프로그램에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 서울에 비하면 저렴한 송도의 전세금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의원 순례에서 겪은 것처럼 생활 곳곳에서 부닥치는 언어 장벽이 그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는 “관공서에서도, 은행에서도 영어가 통하지 않아 한국어 수업을 받아 가며 공부도 해봤지만 실력이 늘지를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한 송도를 포함한 인천 경제자유구역에는 현재 1738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은 무어 씨처럼 언어 장벽에 막히고 교육 여건이 부족한 데 대해 한결같은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태어나 도시계획을 전공한 뒤 게일 인터내셔널 코리아에 입사해 2년 전부터 가족들과 송도에 들어와 살고 있는 스콧 서머스 씨 역시 말이 통하지 않아 겪는 애로가 무엇보다 크다고 말했다. 국제도시라지만 아파트 입주자를 위한 공지나 식당의 메뉴를 비롯한 모든 것이 한국어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송도가 진정한 국제도시가 되려면 도시 곳곳의 정보가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로 제공돼야 한다”며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본국에 가는 외국인들도 많으니 이들을 위한 인터내셔널병원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머스 씨는 11, 15세 두 아이를 멀리 떨어진 서울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 그는 “송도로 이사 왔을 당시에는 채드윅 국제학교에 고교 과정이 없어서 두 아이를 서울국제학교에 보냈다”며 “대학 입학을 앞둔 고학년 자녀를 둔 외국인 부모들은 송도의 교육환경이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닫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서는 외국인들도 있다. 2008년 채드윅 국제학교 교사로 송도에 살기 시작한 브라질 출신의 솔레이먼 디아즈 씨는 외국인자치단체를 꾸려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식당 메뉴를 번역하고 경찰들에게 영어도 가르쳤다”며 “‘소통’이 가능한 국제도시를 만들려면 앞으로 인천시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송도#외국인#GCF 유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