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상품 뜯어보기]30년 만기 국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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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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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저금리’시대 절세+시세차익 맞춤상품… 경기 회복땐 손실 가능성도

30년 만기 국고채가 9일 판매됐습니다.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뒤 두 번째였습니다. 장기 채권인데도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몰려들어 높은 인기를 누렸다고 합니다.

30년 만기 국고채는 정부가 30년 뒤에 갚겠다고 약속을 하고 판매하는 채권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를 발행할 수 있는 나라는 20여 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의 재정적인 신뢰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보돼야만 발행할 수 있어서입니다. 투자자는 정부가 발행하기 때문에 돈을 떼일 우려가 없고, 정해진 이자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30년 만기 국고채는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알맞은 투자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일정 수준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채권은 만기 이전에 매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채권가격은 액면가가 아니라 시장금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금리와 채권 값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즉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값은 올라갑니다. 최근처럼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값은 오릅니다. 따라서 매입했을 때 가격보다 비싸게 팔아 시세 차익을 챙길 여지가 생깁니다. 삼성증권은 30년 만기 국고채를 2년간 보유한 뒤 팔 때 시장금리가 0.5%포인트 내렸다면 투자수익률이 연 8%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할 정도입니다. 여기에 절세 효과도 있습니다. 10년 이상 장기채는 분리과세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30년 만기 국고채에 대한 묻지 마 투자는 곤란합니다. 최근 국고채 시장 동향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30년 만기 국고채의 유통수익률은 12일 현재 연 2.96%로 20년 만기 국고채(2.98%)보다 낮습니다. 채권의 특성상 만기가 길수록 보유 위험이 커지고, 금리는 높게 형성됩니다. 그런데 최근 30년 만기 국고채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채권 값은 오르고 금리는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과열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30년 만기 국고채의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 정상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30년 만기 국고채를 11월과 12월에 각각 4000억 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변수는 경기 회복 가능성입니다. 만약 경기가 회복돼 금리가 오른다면 채권 값은 떨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매입가보다 싼 값에 중도 매각할 수 있고,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30년 만기 국고채 1억 원어치를 사면 채권 매입을 중개해준 증권사에 150만 원 안팎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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