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 세계는 청년일자리 전쟁중]<5·끝> 황금의 트라이앵글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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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족 큰 네덜란드-덴마크, 비결은 ‘황금 삼각형’

[청년드림] 세계는 청년일자리 전쟁중 -황금의 트라이앵글 만들자
“회사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신규채용을 늘리는 데 덴마크 노동시장의 높은 유연성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세계적인 경비업체인 덴마크 ‘팔크’사는 2009년 9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팔크는 2008년 덴마크 노동조합이 ‘올해의 직장’으로 선정할 만큼 근로자 복지와 직업훈련제도가 우수한 곳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순익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자 구조조정에 나서게 된 것.

발 빠른 대응 덕분에 이듬해 순익이 다시 늘어나자 팔크는 2010년에만 4000여 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했다. 올레 크비스트 페데르센 팔크사 부사장은 “2010년부터 노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신규 채용이 크게 늘었다”며 “유연성 높은 노동시장은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모니터그룹의 일자리 창출 경쟁력 평가에서 3, 4위를 차지한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하지만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일자리 행복지수에서 네덜란드가 2위, 덴마크 10위로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28위)보다 훨씬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문가들은 그 비결로 △높은 노동유연성 △소득의 안정성 △적극적 고용지원 서비스를 3개의 축으로 하는 ‘황금삼각형(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모델을 꼽는다. 이 모델을 갖춘 나라의 기업들은 해고가 자유로운 만큼 신규 채용에 부담이 적어 일자리를 쉽게 늘리고, 정부는 일정 기간 생계를 보장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발 벗고 나서 실업자를 최소화한다.

○ “황금삼각형이 일자리 만들고, 생산성도 높여”

1970년대 오일쇼크와 복지병으로 실업률이 20%에 육박했던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불리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시간제 근로자를 크게 늘렸다. 덴마크는 1990년대 들어 실업률이 치솟자 노동시장 개혁으로 노동유연화 정책을 펴면서 실업률이 다른 유럽 국가들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들 국가에서는 시간제 근로자가 단순 저임금 직종에 머물지 않는다. 네덜란드 특수 페인트회사인 악조노벌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는 니엔커 얀선 씨(35·여)는 ‘주 4일 근무’를 하는 시간제 근로자다. 2010년 출산 후 육아를 위해 얀선 씨가 먼저 회사에 시간제 근로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악조노벌 내에서 얀선 씨처럼 시간제 근무를 하는 직원은 전체 근로자의 16%인 830여 명이다.

시간제 근로자도 복지 혜택이나 시간당 임금은 상용직 직원과 같은 ‘소득 안정성’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르한 우데만 악조노벌 인사담당 이사는 “고임금을 받는 직책에 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시간제 근로를 할 수 있다”며 “시간제 근로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생산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황금삼각형’ 모델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소득안정성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재취업 알선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덴마크는 해고 전 월급의 80%에 이르는 실업수당 지급기간을 1994년 7년에서 2010년에는 2년까지 줄였다. 그러면서 전국에 ‘일자리센터’를 설치해 실업자를 위한 일자리 알선과 직업 훈련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토르벤 안데르센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경제학)는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해도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찾아주기 때문에 덴마크에서는 실업자의 3분의 2는 해고된 지 석 달이 안 돼 다른 일자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 기업·노조의 역할도 중요

최근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서도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한 방법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올 들어 기업이 직원들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했으며 포르투갈 역시 같은 내용의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황금삼각형 모델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업과 노동조합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노조와 협력해 해고 대상 노동자를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덴마크의 세계적인 장난감 제조업체 레고가 2006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노조와 협약을 맺고 200여 명의 해고 예정 직원을 대상으로 재취업 훈련을 한 뒤 자회사나 협력 관계에 있는 다른 기업에 재취업을 알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년 일자리 선진국’에서는 정부의 재취업 알선과 직업훈련에 기업과 노조가 참여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3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인 ‘미니잡’과 ‘미디잡’을 도입한 독일에서는 정부가 비정규직과 해고자를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기업과 노조가 참여한다.

앙겔라 코테 독일 연방노동청 헤센지부 마케팅 부장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노조 간의 신뢰와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중현 동아일보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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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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