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상처는 작게 효과는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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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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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감원-임금삭감 벗어난 ‘슬로&스마트’ 전략 눈길

회사와 직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조직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경영이 악화되고 난 뒤 인력 감축이나 임금 삭감 카드를 꺼내드는 경착륙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에 안정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주면서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예상보다 불황이 길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8월 국내 557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5.4%가 국내 경기 회복 시점이 내년 하반기(7∼12월)라고 대답했다. 2014년 이후라는 응답도 27.3%를 차지했다. 또 조사 기업의 60%는 6개월 안에 감량이나 비상경영을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기업들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포스코는 7월 기업설명회에서 밝힌 대로 비슷한 사업을 하거나 연관성을 가진 계열사 10여 곳을 통폐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설비 전문기업인 포스코플랜택과 플랜트기자재 업체인 성진지오텍을 통합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6월부터 설비가 노후화된 포항의 1후판 공장을 폐쇄했다. 불황으로 인한 공장 폐쇄라는 ‘악재’에도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이 같은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향후 성장 잠재력이 없어지는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가동한 지 20년이 넘는 노후 설비라 유지·보수비용과 협력업체 지급 비용을 줄여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본 것이다. 이 공장에서 근무하던 인력은 다른 곳에 배치해 감원은 하지 않았다.

과거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 대규모로 인력을 줄인 기업들은 그 뒤 어려움을 겪었다. 우수 인력이 경쟁업체로 빠져나가거나 조직원의 사기가 저하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구조조정=감원’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 더 큰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 계열사로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희망퇴직을 통해 감원을 최소화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다.

삼성물산은 지난달부터 상사부문 본사 인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100여 명을 계열사 등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삼성물산 측은 “상사부문 업무가 과거보다 줄어 인력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계열사의 요청으로 일부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6월 국내 영업본부 인력을 대상으로 별도의 위로금과 직영주유소 운영권 등을 주는 조건으로 퇴직신청을 접수했다. 지난해 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이 회사는 올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어 당장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GS칼텍스 측은 “경력이 많은 사원을 현장에 전진 배치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기업 구조조정#슬로#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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