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9월 취업자수 작년보다 68만명 늘어… 10년6개월만에 최대치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통계적 착시 때문… 고용의 質은 되레 낮아져

9월 국내 취업자 수 증가폭이 70만 명에 육박하면서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경제학에서 ‘완전고용 실업률’로 불리는 3.0%보다 0.1%포인트 낮은 2.9%로 실업률이 떨어졌고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9%포인트 늘어 60%대로 올라섰다.

수치만 보면 놀랄 만큼 좋은 성적이지만 내실은 전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러 가지 착시효과가 겹쳐 국민이 실제 느끼는 고용사정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전망도 좋지 않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이후에는 고용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 착시효과가 만든 장밋빛 고용통계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중 취업자수는 2500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만4900명 늘었다. 84만2000명이 새 일자리를 얻었던 2002년 3월 이후 최대 규모이며 전달인 올 8월(36만3900명)의 1.9배 수준이다.

최근 들어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한국의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는데도 고용은 숫자상으로 ‘나 홀로 호황’인 셈이다.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선 조사방법에 따른 ‘통계적 착시’를 꼽는다.

통계청은 3만2000가구를 대상으로 매달 15일이 낀 한 주 동안의 고용상태를 조사해 지표를 산출한다. 올해 9월을 예로 들면 9∼15일 한 주 동안에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은 모두 ‘취업자’로 분류된다. 문제는 지난해 9월 조사기간(11∼17일) 중 3일(11∼13일)이 추석연휴여서 취업자수가 적게 측정됐다는 점이다.

‘고용의 질’은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표와 현실 간 괴리의 원인이다. 실제로 지난달 늘어난 일자리 중 절반 이상(36만4000명)은 임금수준이 낮은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사회복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운수업에서 나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임금 일자리 위주의 고용증가와 함께 20, 40대의 취업난도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 40대의 고용상황이 악화된 건 경기둔화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처럼 체감지표 함께 공개해야”

고용통계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침체로 세계 각국에서 일자리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고용통계의 정확성이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9월 실업률이 7.8%로 3년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야당인 공화당 일각에서 통계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통계의 기술적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국내 고용통계에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고용통계는 일자리가 없어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비(非)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해 실업자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수시채용이 일반적인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1년에 한두 번 공채로 신규직원을 뽑기 때문에 실업자들의 구직활동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이에 따라 한국의 실업률은 다른 선진국보다 낮게 나온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통계당국은 시간제근로자 수 등을 반영한 ‘체감실업률’을 공식 실업률과 함께 제공한다”며 “한국도 고용의 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체감실업률 등을 개발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취업자#고용통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