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 세계는 청년일자리 전쟁중]<3>‘취업 전사’를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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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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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중학교부터 ‘1인 1특기’ 직업훈련… “일자리 불황 몰라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인테리어 회사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독일의 비앙카 브루시우스 양(①)과 대학을 중퇴한 뒤 독일 정부의 도움으로 현악기 제조 마이스터가 된 마르틴 그로헤 씨(②). 독일과 오스트리아 청소년들은 10대부터 공부와 직업훈련을 병행한다. 실업자가 될 경우엔 정부가 운영하는 직업 상담소(③) 가 이들에게 일자리나 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 프랑크푸르트·빈=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인테리어 회사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독일의 비앙카 브루시우스 양(①)과 대학을 중퇴한 뒤 독일 정부의 도움으로 현악기 제조 마이스터가 된 마르틴 그로헤 씨(②). 독일과 오스트리아 청소년들은 10대부터 공부와 직업훈련을 병행한다. 실업자가 될 경우엔 정부가 운영하는 직업 상담소(③) 가 이들에게 일자리나 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 프랑크푸르트·빈=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기술만 있으면 언제든 일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독일 헤센 주의 주도(州都) 비스바덴 시 중심가에 위치한 116년 전통의 악기 제조사 ‘프랑케’. 2009년부터 이 회사에서 현악기 제조 마이스터로 일하고 있는 마르틴 그로헤 씨(37)는 대학 중퇴자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다.

성적 부진으로 20대 중반에 대학을 중퇴했던 그가 최고의 장인(匠人)인 마이스터가 될 수 있었던 건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 덕분이었다. 3년간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악기수리회사에서 일과 직업훈련을 병행한 그는 6년 전 이론, 실무를 엄격히 평가하는 마이스터 인증 시험을 통과했다. 그로헤 씨는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간부로 있는 친구들보다 소득이 많다”며 “대학 중퇴가 오히려 인생의 기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글로벌 컨설팅사인 모니터그룹과 공동으로 조사한 일자리 창출 경쟁력 평가에서 2위와 8위에 오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청년실업률(만 15∼24세)은 올해 6월 현재 각각 8.1%, 8.5%. 유럽연합(EU)의 평균 청년실업률(22.6%)보다도 훨씬 낮다.

독일, 오스트리아가 ‘나 홀로 일자리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불황에 강한 ‘청년 일자리 전사(戰士)’를 키워내는 직업훈련 시스템을 꼽는다.

○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직업훈련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이 학업과 직업훈련을 병행한다. 실업계 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일주일 중 하루나 이틀만 학교에서 이론 및 교양수업을 받고 나머지는 회사에서 실무를 배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특유의 ‘이원훈련제도(Dual system)’다.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도 졸업을 하려면 인턴십을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앙겔라 코테 독일 연방노동청 헤센지부 마케팅 부장은 “독일의 교육시스템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청년들에게 키워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청년의 절반가량은 자신이 고교 때 직업훈련을 받았던 회사에 곧바로 취업하기 때문에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젊은이들이 첫 직장을 얻기가 다른 나라보다 쉽다.

건축가를 꿈꾸는 비앙카 브루시우스 양(19)은 요즘 대학입시를 앞둔 상황에서도 일주일에 나흘간 프랑크푸르트의 한 인테리어 회사에서 마이스터의 지도를 받으며 직업 훈련을 받고 있다. 브루시우스 양은 “직업훈련을 받으면서 실무경험을 쌓으면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학에 못 가도 이 회사에 취업하거나 다른 직업훈련을 받으면 돼 일자리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각한 청년실업을 겪고 있는 스페인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도 최근 독일과 오스트리아식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올 7월 스페인 교육부는 스페인 청년들이 독일 기업에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협약을 독일 정부와 맺는 한편 스페인 내 기업들과 손잡고 독일식 직업훈련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청년실업자는 취업할 때까지 훈련

독일과 오스트리아에는 해고되거나 변변한 기술이 없어 실업자로 지내는 청년들을 위한 대책도 2중, 3중으로 마련돼 있다. 이 때문에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청년 ‘니트족’(NEET族·직업훈련을 받거나 구직을 하지 않는 실업자들)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각각 6.8%와 9.5%로 한국(14.9%), 미국(14.8%)보다 훨씬 낮다.

우선 독일은 2003년부터 ‘실업자 훈련 바우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3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실업자가 지역 고용사무소에 훈련계획을 제출하면 이를 심사한 뒤 300만 원가량을 지원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돕는다.

오스트리아는 전국 120개 노동청(AMS) 지부에 직업상담소를 마련해 실업자에게 직업을 찾아준다. AMS에 상담 신청을 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직장을 찾지 못한 실업자는 직업훈련을 받아야 한다. AMS가 소개해준 일자리를 계속 거절하거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으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직업훈련은 사실상 의무사항이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청년전용 직업상담소를 찾은 루마니아 이민 2세 조시프 드라고시 씨(21)는 마트 판매원으로 일하다 6개월 전 실직한 뒤 자동차 정비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 드라고시 씨는 “일을 안 하고 쉬려 해도 정부가 내버려두지 않는다”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상담소를 찾은 뒤로 훈련과정을 선택할 때까지 매주 한 번 이상 AMS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중현 동아일보 경제부 차장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박용 논설위원

▽편집국 경제부
김유영 유재동 이상훈 문병기 유성열 기자

▽편집국 산업부
장강명 염희진 정진욱 기자

▽편집국 사회부
김재영 김성규 기자

▽편집국 교육복지부
김희균 기자

◇채널A

▽보도본부 산업부

김창원 한정훈 기자

▽보도본부 경제부
하임숙 차장 천상철 기자
#청년드림#일자리#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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