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1355곳 구조조정 저울에… “우리 떨고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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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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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상황과 자금사정이 악화돼 은행권의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중소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9년 이후 올해 가장 많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만들어낸 불황의 직격탄이 중기에 먼저 떨어진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은 신용위험 세부평가 대상 중소기업 1355개를 공동 선정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 집계지만 중기 신용위험에 대한 정례평가가 시작된 2009년 이후 대상 기업이 가장 많다. 세부평가 대상 중기는 2009년 861개에서 2010년 1290개로 늘었고 지난해 1129개로 약간 줄었다가 이번에 다시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유동성이 더 악화돼 C등급이나 D등급을 받는 중기가 예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에 민감한 건설, 부동산, 운송업, 정보기술(IT) 업종이 세부평가 대상에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은 각종 수치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업종별 영업이익률은 종합건설업 3.7%, 부동산업 3.1%, 해상운송업 1.2%, 육상운송업 0.0%로 지난해 중기 평균치인 4.5%를 밑돌고 있다.

중소기업이 몸으로 체감하는 경기도 싸늘하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중소제조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넉 달째 하락해 8월에는 69까지 떨어졌다. 대기업 BSI보다 5포인트나 낮다. BSI의 기준치는 100으로 수치가 100 미만인 상황에서도 계속 떨어진다는 것은 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그만큼 안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1.34%였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금감원 집계 결과 7월에는 1.76%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금융당국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단 회생 가능성이 큰 기업을 골라 특별 보증한 뒤 자금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신속지원제도)’를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줄도산 위기’에 놓인 중소 건설사들에는 총 8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계 등 동산(動産)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동산담보대출제도도 도입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설비투자펀드를 만들어 3조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마다 반복되는 중기의 ‘줄도산 위기’를 해결하려면 일시적 금융지원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출 중기에는 기술개발 비용이나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함께 지원해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병행돼야 하고 내수 중기에는 내수 침체의 원인이 되는 가계부채나 부동산가격 하락 문제 등과 연계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일단 위기가 닥친 중소기업에는 채무 재조정 같은 금융지원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위기가 닥칠 때마다 단순한 금융 지원만 하기보다 기술개발 지원이나 내수 확대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중소기업 위기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신용위험 세부평가 ::

여신 규모가 500억 원 미만인 중소기업의 신용위험도를 은행권이 공동 평가해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골라 종합 평가한 뒤 A∼D등급을 매긴다. A등급은 정상기업, B등급은 부실징후 가능성이 큰 기업, C등급은 부실하지만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 D등급은 부실기업으로 분류한다. B등급은 개별은행이 금융을 지원해 정상화를 유도하고 C등급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을 통해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다. D등급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같은 과정을 밟게 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중소기업#경영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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