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진공증착용 코팅약품 개발-생산 ‘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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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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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표면이든 보호하고 반짝이게 하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쎄코의 제2 연구개발(R&D)센터.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쎄코의 제2 연구개발(R&D)센터.
‘더욱 반짝이는 내일을 위하여(for brighter tomorrow).’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쎄코’ 제1 연구개발(R&D)센터의 입구에는 그들의 꿈이 새겨져 있다. 2004년 설립된 쎄코는 진공증착용 코팅약품을 개발·생산하는 업체다. 진공증착용 코팅은 기존 습식(濕式) 코팅에 비해 더 미세한 작업이 가능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모바일기기 쪽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코팅이 얇을수록 제품 표면의 무늬와 광택을 그대로 살리기 쉽기 때문이다.

쎄코 관계자는 “진공증착 방식을 쓰면 코팅 두께를 10∼20nm(나노미터·10억분의 1m)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께가 2만∼3만 nm인 습식 코팅과 비교하면 최대 3000분의 1로 얇아지는 셈이다.

○ 친구, 같은 꿈을 품다

쎄코의 김홍철 대표(왼쪽)와 김현중 대표가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을 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둘은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출신의 ‘절친’이다.쎄코 제공
쎄코의 김홍철 대표(왼쪽)와 김현중 대표가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을 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둘은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출신의 ‘절친’이다.쎄코 제공
쎄코의 공동대표인 김현중 대표(46)와 김홍철 대표(46)는 같은 대학(단국대), 같은 학과(화학공학)에서 공부한 ‘절친’이다. 가나다순으로 정하는 학번도 바로 앞뒤 번호였던 둘은 함께 대학원에 진학했고 박사학위를 땄다. 세부전공으로 전기화학을 택한 그들은 도금을 연구하며 자연스럽게 물질의 표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각자 연구소로 흩어져 따로 생활한 지 3년. 두 사람은 코팅약품 사업을 위해 다시 뭉쳤다. 자본금 2억 원, 직원 둘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마음만은 늘 당당했다. 창조(Creation)와 열정(Enthusiasm)에 대한민국(KOREA)을 더해 회사 이름을 쎄코(CEKO)라고 지었다. 언젠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였다.

2년여 만에 쎄코는 안경렌즈용 코팅약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영업이었다. 평생 연구실에서만 살았던 두 사람은 직접 빔 프로젝터와 유인물을 들고 잠재적인 거래처들을 찾아다녔지만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안경렌즈 사업은 제품 혁신이랄 게 그다지 없어 후발주자에게는 불리한 구조였다.

새로운 활로를 찾기로 결심한 그들의 눈에 띈 것이 휴대전화 코팅이었다. 휴대전화는 안경렌즈와 달리 제품 트렌드가 자주 바뀌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쎄코는 휴대전화 부품업체를 상대로 거래처를 늘려갔다. 특히 2009년 시작된 스마트폰 열풍은 성장의 발판이 됐고, 쎄코는 삼성전자의 3차 협력업체가 됐다.

김현중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업 전환을 시도했던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스마트폰 강화유리 코팅사업에 주력한 쎄코의 매출은 2009년 6억 원에서 지난해 122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직원도 4명에서 어느새 45명으로 늘었다.

○ 고객 만족 기업

쎄코의 다음 과제는 고객 만족이다. 2010년 11월 세운 제2 연구개발센터는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여기에는 약품으로 직접 코팅을 하는 업체에서나 볼 수 있는 제품 세척·코팅기기 등이 설치돼 있다.

김홍철 대표는 “코팅약품을 만드는 우리에게는 필요 없는 기기일 수도 있지만 고객들에게 더 잘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전자빔 가열식 약품 외에 기존 전기 가열식 약품을 지난해부터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기술을 역행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홍보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2010년부터 일본 나노테크 전시회에 참가한 데 이어 올 6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나노전시회 ‘테크커넥트 월드’에도 참가했다. 쎄코를 업계에 알리는 동시에 혹독한 평가도 받아 보겠다는 계산이다.

김홍철 대표는 사업하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이 고급인력 충원이라고 했다. 연구개발을 맡을 석·박사급 고급인력이 절실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아직 회사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접근성이 떨어져 인재들을 많이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쎄코는 이달 중순 경기도, 중소기업은행 등이 주관하는 채용설명회에 참가해 우수한 인재들에게 회사를 알릴 계획이다.

쎄코의 다음 목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유리 벽면, 자동차 앞유리 등 스마트폰 이후의 이익 창출원을 찾아내는 것이다. 김현중 대표는 “어떤 표면이든 ‘코팅약품 하면 쎄코’라는 등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쎄코#김홍철#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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