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신환 UL코리아 배터리팀장 “2차전지 안전성 인증, 日은 두달 한국은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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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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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신환 UL코리아 배터리팀장은 ‘산업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2차전지 분야의 한일경쟁에서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UL코리아 제공
류신환 UL코리아 배터리팀장은 ‘산업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2차전지 분야의 한일경쟁에서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UL코리아 제공
“2차전지 제품의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데 일본기업이 두 달 걸린다면 한국기업은 일주일이면 가능합니다. 우리의 경쟁력이죠.”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UL코리아 사무실. 이 회사의 류신환 배터리팀장(38)은 2차전지 후발 주자인 한국기업이 훨씬 앞서가던 일본을 앞지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제품의 안전성 인증기간을 꼽았다. 대표적인 2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와 LG화학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더하면 지난해 39%로 처음으로 일본 기업(35%)을 앞질렀다.

한국의 KS와 비슷한 개념의 UL 인증은 북미시장에 수출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으로 유럽 및 중국시장 등에서도 통용된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는 노트북 등에 들어간 리튬이온전지의 폭발사고로 기업이 큰 피해를 입자 안전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류 팀장이 지속적인 투자 및 한국식 스피드 경영과 함께 상대적으로 짧은 인증기간을 한국기업의 경쟁력으로 꼽은 것은 연구개발 시간을 확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애플이 자사(自社) 제품에 필요한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해 달라고 요구하면 한국 회사들은 인증기간이 짧아 일본기업보다 한 달 반 이상을 연구개발에 더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기업은 2차전지 부품인 셀은 미국에서, 팩은 대만에서 안전성 검사를 받는데 한국기업은 국내에서 모든 절차를 밟는다. 이렇게 된 데는 류 팀장의 역할이 컸다. LG화학에서 2차전지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2005년 UL코리아로 이직한 뒤 국내에서 모든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류 팀장이 한양대 공대를 다녔던 1990년대엔 반도체 분야로 진출하는 게 유행이었다. 그는 “한 교수님이 소니 ‘워크맨’에 들어 있던 니켈 배터리를 보여주면서 ‘향후 2차전지가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의를 했는데 인상적이었다”며 “그 강의가 반도체회사 입사를 준비하던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LG화학의 2차전지 연구원이던 그가 UL코리아로 이직한 것은 제품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류 팀장은 “과거에는 2차전지의 글로벌 표준을 정하는 국제회의에 일본기업만이 참여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표준기술을 제시했다”며 “2006년부터는 내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내기업들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면서 한국기업의 입장도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류 팀장은 세계 26개국, 1만여 명의 UL 직원 중 아시아에서는 몇 안 되는 최우수 엔지니어로 선발됐다. 또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한국인 최초로 2차전지의 안전성 분야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반도체가 ‘산업의 뇌’에 해당한다면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은 ‘눈’에 해당한다. 한국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이에 더해 ‘산업의 심장’에 해당하는 리튬이온전지 등의 2차전지 분야도 이제 일본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는 게 류 팀장의 분석이다.

그는 “2차전지 경쟁의 본격적인 승부는 휴대전화나 노트북이 아니라 전기자동차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라며 “대용량 2차전지의 시장 규모는 2020년이면 최대 1000억 달러(약 113조50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2차전지#류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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