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94mm늘어난 파사트… “가족과 아내처럼 안정감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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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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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대 파사트’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출발해 남한강을 거쳐 돌아오는 왕복 100km의 코스를 주행하면서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수차례 강조한 ‘섬싱 디퍼런트’라는 표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수입차가 더이상 국내 소비자에게 특별한 감성과 이미지를 주는 ‘섬싱 스페셜’이 아니라는 의미다.

마치 된장찌개에 익숙한 사람이 피자나 스파게티처럼 특별하지는 않지만 색다른 음식을 접할 때 새로운 경험을 하듯이 국산차에 익숙한 소비자들도 폭스바겐코리아가 내놓은 7세대 파사트를 통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신형 파사트의 외형은 단순한 선을 중심으로 각을 이루면서 다소 마초적인 느낌을 준다. 실내 디자인은 멋보다는 기능적 측면이 강조됐다. 한국인이 익숙한 곳에 내비게이션 등의 조작버튼이 위치해 있고 별다른 첨단 시스템도 없어 생소한 느낌의 수입차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요즘 인테리어가 화려해진 국산차에 비해 단조로운 편이다.

운전석보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느낀 안락감은 신형 파사트가 가족을 위한 패밀리 세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6세대보다 94mm 늘어난 길이(2803mm) 덕분에 충분한 다리 부분 공간(레그룸)도 확보했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2795mm)보다는 길고 그랜저(2845mm)보다는 짧다. 529L로 확장된 트렁크 공간도 짐을 싣기에 충분해 보였다.

신형 파사트에는 골프나 제타와 같은 2.0 TDI 엔진이 들어갔다. 최고출력은 140마력. 차의 크기는 커졌지만 엔진은 골프와 같은 것을 쓰다보니 가속을 할 때 강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폭스바겐코리아는 5월부터 신형 파사트를 국내 시장에 내놓으려 했지만 물량 확보가 늦어지면서 이번달에야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올해 2만여 대까지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출시 기간이 미뤄지면서 1만7000∼1만8000대로 목표 판매량을 다소 낮췄다. 지난해 폭스바겐코리아의 국내 판매량이 1만2538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정된 목표도 적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신형 파사트가 미국의 테네시 주 채터누가 공장에서 만들어진 사실상 미국차에 가깝다는 이미지도 적지 않아 폭스바겐코리아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파사트는 1973년 1세대 출시 후 전 세계에서 1500만 대 이상 팔린 폴크스바겐의 베스트셀링카지만 7세대는 미국에서 쏘나타와 경쟁하는 2만∼3만 달러 수준의 차로 독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쏘나타 수준의 성능을 갖고 있지만 국내 판매 가격은 그랜저급에 달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형 파사트는 2.5L급 가솔린과 2.0L급 디젤 모델 두 종류로 각각 4050만 원과 3790만 원이다.

박 사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7세대 파사트는 미국시장에서 만들어졌지만 독일차의 기본기를 충실히 갖췄다고 강조했다. 최첨단의 기능을 넣지 않았지만 마치 오래된 가족과 아내처럼 국내 소비자에게 안정감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량이 10%까지 커지자 일각에서 ‘수입차 경계론’이 나오는 것은 지나친 불안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 중 수입차가 10%에 이르렀다고 해도 이는 20개가 넘는 브랜드를 모두 합한 것”이라며 “개별 브랜드로 보면 가장 많이 팔린 BMW조차 2% 남짓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국내 자동차의 수출이 급증한 데 비해 국내에 수입되는 유럽차의 물량은 크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사장은 최근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차들이 독일 디젤차량을 따라잡기 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놓고 있지만 수요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유럽은 1980년대부터 승용 디젤차량을 개발해 이제 차량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졌지만 하이브리드는 상대적으로 시장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비자로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신형 파사트는 이달 말부터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신형 파사트를 두고 이탈리아 정통의 피자나 스파게티와 같은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지 혹은 미국과 유럽 음식을 뒤죽박죽 섞어놓은 어설픈 퓨전음식처럼 느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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