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패션사업가의 꿈, 백화점에서 날개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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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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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섭 현대백화점 바이어(왼쪽)가 인터넷쇼핑몰 브랜드 ‘주줌’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오프라인 매장 1호점을 둘러보고 있다.
신영섭 현대백화점 바이어(왼쪽)가 인터넷쇼핑몰 브랜드 ‘주줌’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오프라인 매장 1호점을 둘러보고 있다.
이달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성의류 인터넷쇼핑몰이 백화점에 단독매장을 낸다. 한때 주류 패션계가 폄하했던 인터넷쇼핑몰이 자체 브랜드를 키우고 소비자의 호응을 얻으면서 당당하게 백화점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말 서울 신촌점 본관 4층에 인터넷쇼핑몰 브랜드 ‘주줌’, ‘디그’, ‘루시다’를 선보인다고 5일 밝혔다. 20, 30대 청년 사업가들이 창업해 연 매출이 100억 원대에 이르는 이들 브랜드는 이미 인터넷에서는 백화점 브랜드인 ‘타임’이나 ‘마인’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 자체적으로 디자인 작업을 하고, 10만 명 이상의 회원이 있으며, 까다롭게 품질을 관리하는 게 공통점이다. 톡톡 튀는 스타일로 2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일난다’도 10월 롯데 영플라자 본점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영섭 현대백화점 바이어는 “1980년대 명동 디자이너, 1990년대 해외 명품 브랜드가 백화점 패션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면 앞으로는 젊은 인터넷쇼핑몰이 혁신의 주역이 될 것”이라며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검증됐고 젊은 감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치열한 ‘생존경쟁’ 거친 청년의 꿈

국내에서 인터넷쇼핑몰은 한 달에 3000개가 생기고, 2000개가 사라진다. 대형 브랜드 위주로 운영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는 ‘동대문’이라는 거대한 도매시장과 생산 공장이 있어 개인도 쉽게 물건을 떼어다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대박을 꿈꾸며 달려드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주줌’의 유재원 대표(38)는 자체 디자인을 앞세워 브랜드를 키우는 길을 택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유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한 아내의 감각을 더해 2004년 G마켓을 통해 처음 의류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오늘 상품 하나가 대박이 나도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유 대표는 “자체 브랜드를 키워야겠다는 일념으로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 2008년 ‘주줌’을 냈다”며 “급증하는 주문에 대응할 수 있는 배송 시스템과 고객 서비스, 디자인을 앞세워 차근차근 해나가자 결국 고객이 알아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줌은 자체 제작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렸다. 연 매출은 매년 100%씩 늘었고, 하루 배송 건수는 1000건을 넘는다.

○ “목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

롯데백화점 입점을 앞두고 있는 ‘스타일난다’는 일본어, 중국어, 영어 웹사이트가 있다. 한류에 빠진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쇼핑사이트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 메이크샵에 따르면 올해 일본어로 서비스하는 한국 쇼핑몰은 2600개, 중국어 서비스 쇼핑몰은 1800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일난다’ 김소희 대표(29)는 “9월 홍익대, 10월 롯데백화점 매장에 이어 미국, 일본, 유럽의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며 “글로벌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가 한국에서 성공했듯 스피드와 스타일을 앞세운 한국 패션이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주줌 유 대표의 목표도 글로벌시장이다. 그는 “중국 백화점에서 입점 제의가 오고 있다”며 “우선 한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리 잡고 오프라인 유통을 배운 뒤 중국, 유럽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청년 패션 사럽가#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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