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필요한 2030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들고 찾아가는 곳은 IT 전당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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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IT 전당포에서 전당포 관계자가 고객이 맡긴 전자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IT 전당포에서 전당포 관계자가 고객이 맡긴 전자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3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IT○○’라는 간판을 붙인 점포에 들어서자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들어있는 종이상자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진열대가 눈에 띄었다. 상자에는 ‘김○○, 2012. 8. 17’을 시작으로 비슷한 내용이 적힌 노란색 쪽지가 붙어 있었다. 급전이 필요해 물건을 맡긴 사람의 이름과 대출금 상환 일자였다.

‘IT(정보기술) 세대’로 불리는 20, 30대 젊은층 사이에서 ‘IT 전당포’ 이용자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컴퓨터 등 IT 제품만을 담보로 받고 돈을 빌려주는 IT 전당포는 운영 방식이나 이용자는 옛 시절 전당포와 완전히 차별화되지만, 장물 거래 악용 등 과거의 부작용을 답습할 우려도 없지 않아 주의가 요망된다.

○ 주 고객층은 20, 30대

IT 전당포는 고가의 소형 IT 제품을 담보로 받는다. 귀금속 등 다른 물건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용산전자상가에만 IT 전당포가 두 곳 있으며 홍익대 등 주로 젊은층이 많이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속속 문을 열고 있다. IT○○을 운영하는 이모 씨(46)는 “주 고객층은 소형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은 20, 30대”라며 “카드 결제일이 몰려 있는 매달 25일 전후나 5월 등 기념일이 많은 달에 손님들이 몰린다”고 귀띔했다.

IT 전당포는 웹상으로도 거래가 이뤄진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담보로 맡길 전자제품을 택배나 퀵서비스로 보내면 계좌이체로 돈을 받는 방식. IT○○의 경우 직접 찾아오는 고객은 하루 평균 10명 안팎이지만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고객은 20명 정도다. 이 씨는 “별도로 광고를 하지 않는데도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지고 있다”며 “지난해 8월에 문을 열었는데 벌써 전국적으로 체인점 4곳을 냈다”고 했다.

IT 전당포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전자제품 시세의 50∼60% 수준에서 결정된다. 기자의 아이폰4를 맡기겠다고 하자 “대출 가능한 금액은 20만 원, 이자는 한 달에 6000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직원 3명이 앉아 있는 책상 뒤편으로는 ‘대부업등록번호 ○○○, 월 이자율 2∼3%, 연 36%, 연체이자 및 각종 수수료 일절 없음’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 훔친 스마트폰도 OK?

고객이 돈을 갚지 않으면 전당포는 담보로 보유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직접 판매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IT 전당포가 장물 유통 경로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일부 IT 전당포의 경우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전자제품만 있으면 돈을 빌려준다. 대신 신용카드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지만 신용카드도 훔친 것이라면 대출자 신원을 파악할 수 없다. 최근 IT 전당포에 애플 노트북을 맡기고 35만 원을 빌린 유모 씨(28)는 “대출 관련 기록이 남지 않아 신용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종종 찾는다”면서도 “신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카드 돌려막기’를 한다고 밝힌 회사원 김모 씨(36)는 올해 2월 한 IT 전당포를 이용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 달간 30만 원을 빌린 뒤 대출금 상환일 오후 6시에 계좌이체 방식으로 대출금을 갚았지만 IT 전당포 측에서는 “입금 마감 시간(오후 2시)을 어겼으니 담보물을 처분하겠다”고 통보했다. 전당포 측에서는 담보물을 찾아가고 싶으면 약정 이자율의 두 배가 넘는 연체이자를 내라고 요구했다. 일부 소규모 IT 전당포는 이처럼 상환일자나 입금 마감 시간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늦게 입금하면 물건을 처분한다.

감독 권한을 가진 관할 구청 관계자는 “전당포도 모두 대부업으로 신청이 되기 때문에 솔직히 어떤 물건들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어떻게 영업을 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IT 전당포는 점포나 사무실도 없이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 사이트만 개설해 놓고 영업을 한다”며 “소비자가 물건을 담보로 맡기기 전에 실제 대부업체로 등록돼 있는지 구청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널A 영상] 금반지 맡기던 추억속의 전당포에 2-30대 몰려, 왜?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진우 기자 uns@donga.com
#IT전당포#용산전자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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