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다문화 한부서’… 팀워크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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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대응’ KAM팀… 1년간 750억 사업수주 성과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들과 함께 일을 하라니 처음엔 막막했죠.”

채홍구 LS전선 팀장은 해외시장 확대에 힘을 쏟았던 2010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각국 정부가 주도하는 전력망 구축공사나 발전소 건설사업 등의 일감을 따내는 것이 1차 목표였다. 이런 사업은 대개 지멘스나 알스톰 같은 글로벌 전기전자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턴키방식으로 사업을 수주하는데 LS전선을 포함한 전선, 전자장비, 설비업체들은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같은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의 요구에 대응할 부서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LS전선이 만든 부서가 바로 KAM(Key Account Management)팀이다. 하지만 팀원들의 화합은 쉽지 않았다. 채 팀장과 범상헌 과장을 제외한 3명의 팀원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국적에 취향도 달랐다. 인도에서 온 샤르마 시바니 대리는 채식주의자였고, 프랑스인 케를랑 피에르 사원은 한국어로는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다. 얼마 전 개인사정으로 퇴사한 한 명은 독일인이었다.

빨리 일을 처리하라는 주문도 이들에겐 잘 먹히지 않는 것 같았다. 고된 하루 일을 끝내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회식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들이 맡은 업무는 협상장에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져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식을 앞두고 인도인인 시바니 대리가 “고깃집에 가자”고 제안했다. 다른 팀원들이 “괜찮겠냐”고 만류했지만, 그는 “한국식 회식문화에 한 번 도전하고 싶다”며 앞장섰다. 다음 날 시바니 대리의 피부는 붉은 반점과 두드러기로 뒤덮였다. 고기를 먹은 탓이었다. 채 팀장은 “그 일을 겪은 뒤 팀원 모두가 마음을 열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팀원들도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자세’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 뒤로 KAM팀은 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내며 LS전선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알스톰과 협상할 때면 피에르 씨가 전면에 나섰고, 인도 내 프로젝트에서는 시바니 대리가 큰 힘이 됐다.

이 팀은 최근 1년 동안 75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해외 법인이나 다른 사업부에서도 난항에 부딪히면 이 팀을 찾을 정도다. LS전선은 KAM팀처럼 외국인과 내국인이 함께하는 부서를 점차 늘릴 계획이다.

안양=박창규 기자 kyu@donga.com
#LS전선#다문화 한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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