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상속, 새 풍속’… 사후에도 자산관리 해주는 ‘유언대용신탁’ 쏟아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제과업체에 근무 중인 김삼진(가명·55) 씨는 결혼 18년 만에 얻은 다섯 살배기 아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비 등 지출을 고려한 효율적인 자산 관리나 불의의 사고로 본인이 사망했을 때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방법 등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아서다. 김 씨는 “내가 75세쯤 세상을 떠난다 해도 아이는 25세에 불과하다”며 “아들이 재산 관리 능력을 갖춘 이후 재산을 넘겨줄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박명호(가명·60) 씨도 유산 문제로 고민 중이다. 그는 재산을 자신이 사망한 후 배우자에게 넘기고,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면 아들에게, 아들이 예기치 못한 일로 사망한다면 공익단체에 기증하는 식의 ‘연속유증(連續遺贈)’을 원한다. 하지만 그의 고문 변호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민법을 토대로 작성된 유언장으로는 박 씨가 원하는 연속유증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대안을 찾고 있다.

고령화사회로 빠르게 접어들면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증권사와 은행, 보험업체 등이 상속과 관련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26일 발효될 개정 신탁법 시행에 맞춰 선보일 ‘유언대용신탁’은 현재 금융회사들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 상품이다.

일러스트 서장원기자 yankeey@donga.com
일러스트 서장원기자 yankeey@donga.com
유언대용신탁은 금융기관이 위탁자와 생전에 신탁(信託·재산소유권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에 관리하도록 맡기는 것) 계약을 맺고 재산을 관리해 주다가 계약자가 사망하면 계약 내용대로 자산을 분배·관리하는 상품이다. 기존의 유언장과 달리 계약자의 재산에 대한 다양한 활용 방안을 설정할 수 있어 ‘재무 담당 집사’로 불리기도 한다.

이전에도 유사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있었지만 마땅한 상품은 없었다. 2010년 하나은행이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유언대용신탁과 유사한 상품을 내놓았을 뿐이고, 대부분의 금융회사에서는 유언장을 금고에 보관해 주는 수준의 신탁상품 정도가 고작이었다.

현재 유언대용신탁상품 개발은 금융투자협회(금투협)와 증권사, 금융사 등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막바지 준비작업을 하는 중이다. TF는 관련 상품약관을 만들고 상품 운용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되고 있다. TF에는 하나대투증권 신영증권 HMC증권 교보증권 등 증권사 4곳과 교보생명 대한생명 흥국생명 등 보험사 3곳, 농협이 참여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신탁부의 정도희 차장은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며 살아있을 때부터 사후까지 자산을 관리하길 바라는 고객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고객이 다양한 상속설계를 할 수 있도록 상품 구성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 상속받은 비사업용 토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또 TF에 참여하지 않은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도 관련 상품 개발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동부증권, SK증권 등은 상품 출시를 위해 관련 법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의 최영남 상무는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재산을 잘 관리해 자녀 등에게 넘겨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2000년대부터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선 이미 유언대용신탁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TF에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재산 소유권을 신탁사에 넘길 경우 과세당국이 과세 표준에 따라 정확하게 세금을 거둘 수 있다”며 “이 상품이 뿌리를 내리면 사회적으로 탈세가 줄어들고 부의 투명한 대물림이 가능해지는 등 사회적인 순기능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상속#자산관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