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더이상 블루오션은 없다… 이젠 ‘신 에어’ 시대

  • Array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阿 마라토너처럼 체질을 진화시켜라

DBR 그래픽
DBR 그래픽
글로벌 기업의 위기는 이제 일상이다.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 대부분의 기업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오늘날과 같이 정보가 막힘없이 흐르는 세상에 나만 아는 블루오션을 확보하기는 매우 어렵다. 있더라도 신기루처럼 쉽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나만 아는 비밀의 문’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들의 숨이 가빠지는 환경이다. 희박한 공기, 즉 ‘신 에어(Thin Air)’의 시대가 된 것이다.

신 에어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투입 대비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시장 환경을 말한다. 고산지역으로 올라가면 공기가 희박해지듯이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시장이 주는 편안함이 점차 소멸돼 평지에 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숨 막힘이 생겨나고 있다. 산소의 희박함 때문에 고도가 높아지면 대부분의 사람은 고산병을 겪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건강한 기업도 신 에어 상황의 경쟁에 몰리면 고산병을 겪듯 환경대응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고 이것이 위기의 시발이 될 수 있다.

○ 고산지대의 마라토너


마라톤 하면 떠오는 나라가 케냐와 에티오피아다. 2003년 이래 케냐와 에티오피아는 세계 신기록을 4차례나 경신하며 장거리 육상 분야의 최강자로 부상한다. 왜 이 지역에서 마라톤 강자가 지속적으로 배출됐을까.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고산에서 단련된 심폐기능과 지구력이다. 희박한 산소는 폐활량의 향상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장거리 경주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고산에서 적응된 체질이 평지에서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평지에 있다가 공기가 희박한 곳으로 고도를 높일 때 발생한다. 지금까지 산소가 풍부한 평지의 사업 환경, 성장하는 시장 환경에 익숙해 있던 기업들에 다가오는 신 에어 환경은 급격한 무력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

환경이 바뀌면 생물들은 그에 맞게 진화한다. 고산식물들은 개화시기를 조절하고 극단의 기후조건에 대응해 군체를 형성하거나 지상에 밀착하기도 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비교적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 있었다. 그런데 환경이 신 에어로 바뀌면 비대해진 몸에 갑자기 산소가 부족해지는 것처럼 조직의 모든 요소에 문제가 생긴다. 투입 대비 산출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과도하게 투입된 자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 체질 개선과 변화 감지


신 에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체질을 바꿔야 한다. 우선 과거 호황기에 만들어진 운영시스템부터 청산해야 한다. 최근 일본 전자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과거의 시스템을 쉽게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라는 제품을 상용화한 파이오니아는 이 사업을 2009년에야 접었다. 이미 세상은 디지털로 변했는데 창시자라는 명분에 집착하다 제때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못했다.

환경변화 감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변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줌인, 줌아웃(zoom-in, zoom-out)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너무 자세한 지도로 보면 정확하게 길을 찾기는 쉽지만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반대로 크게 보면 전체를 볼 수 있고 막힐 때 대체경로를 찾는 데 유리하지만 제때 좌회전이나 U턴을 못할 수도 있다. 큰 그림과 작은 그림 모두를 봐야 한다.

작은 시장을 공략하는 능력도 개발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흰수염고래의 먹이는 놀랍게도 길이가 1∼2cm에 불과한 크릴새우다. 거대한 동물과 작은 먹이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작은 동물을 먹는 데 투입된 에너지양이 산출된 열량보다 낮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고래는 작은 먹이를 일거에 먹을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즉 아무리 먹이 자체의 단위가 작아도 이를 효과적으로 섭취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고 있다. 또 초식동물은 위나 장이 발달해 에너지의 마지막 단위까지 섭취하면서 체격을 유지한다. 반면 육식동물은 먹이의 단위당 에너지양이 많지만 먹이를 찾고 획득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초식동물이 밀도가 낮은 먹이를 먹어도 더 크게 성장하는 이유다. 신 에어 환경에서는 단위당 수확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밀도가 낮은 고객으로부터 효과적으로 가치를 모으는 체계를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

○ 열악한 곳의 거대 생명체

크고 오래된 것들은 대개 좋은 환경보다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다. 세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인 제너럴 셔먼 세쿼이아 나무, 가장 오래된 생명체인 브리스틀콘 파인 나무가 서식하는 곳은 평지가 아니다. 이 나무들은 높은 고도, 낮은 기온, 적은 강수량 등의 악조건을 뚫고 성장했다. 좋은 상황에 만족하지 말고 최악의 상황에 대응하는 체질과 능력을 확보해야 크고 거대해질 수 있다. 크고 좋은 시장은 어쩌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경영자들은 작은 시장을 크게 경영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크릴새우를 먹고도 흰수염고래가 생존하듯이 새로운 경쟁 환경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그 속에서 경쟁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산업전략1실 상무 jyk@seri.org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8호(2012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월마트 성공 비결 ‘공간 철학’

▼ 스페셜 리포트 / Space & Location


월마트가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공간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대형 할인매장은 무조건 대도시에 입점해야 한다는 유통업계의 통념을 깨고, 인구 1만 명 수준의 중소도시라도 100개 정도의 점포를 묶어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면 대도시와 견줄 만한 구매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공간과 장소의 효과적 활용은 현대 비즈니스의 필수 성공 요소다. 한국인은 예로부터 사업을 할 때도 풍수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기에 이 부분에 선도적인 철학을 갖고 있다. 이번 스페셜리포트에서는 공간마케팅(space marketing) 등 공간을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활용한 여러 기업의 사례, 지역 클러스터의 흥망 원인에 대한 통찰, 다양한 공간 이론 등을 소개한다.



핵심역량 단순해야 지속성장

▼ Harvard Business Review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해도 다음 아이디어가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제품군을 늘려도 관리비만 증가하고 총매출은 제자리걸음이기 십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10년 동안 업계 평균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기업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나이키, 싱가포르항공, 애플처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초일류기업들을 들여다보면 그 핵심에는 단순하고 반복 가능한 차별화 요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핵심역량이 단순해야 조직의 DNA가 될 수 있다. 그래야 맨 처음 성공했을 당시 도움이 됐던 차별화 요소가 신사업 진출 시에도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온다.
#신 에어#DB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